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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외주제작]3.작품수준보다는 인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먼저 한 방송사 외주담당자의 말. "프로덕션의 기획안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저희가 전부 지도해주죠. 제작사는 대부분 시키는 대로 하는 겁니다. " 사정이 그렇다면 정부의 '외주확대→경쟁기반 조성→방송산업 발전' 구도는 빈말이다.

두 개의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는 A프로덕션. 한 프로는 시청률이 높고 하나는 낮다.

한데 전자는 본전을 맞추기 어렵고 후자는 돈을 좀 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가격은 작품 질과 무관하게 책정돼요. 아이디어 값을 주는 게 아니라 공사 하청하듯 매기는 거죠. " 그러니 많은 경우 제작사의 일차목표는 작품수준이 아니라 제작비 절감이다.

당연히 저등급의 장비.출연진.세트 등이 동원된다.

아이디어를 내서 채택돼도 방송사에서 다른 프로덕션들과 교대로 납품하라고 하면 별 도리가 없다.

즉 자신의 기획물을 다른 제작사와 나눠갖게 되는 것이다.

"인맥이 가장 중요해요. 개편철이 다가오면 줄을 대기 위해 초긴장이죠. 잘못하면 다음 개편때까지 놀아야 하니까요. " B프로덕션 관계자의 푸념이다. 그런데 방송사 외주담당자의 이 말은 또 뭔가.

"만약 프로덕션 사장들의 제의를 모두 받아들인다면 휴일마다 골프를 치고 일주일에 몇차례씩 룸살롱에 가야할 판이다.

작품으로 승부하려는 자세가 아쉽다. " "제작비로 수주금액의 절반도 쓰지 않은 프로덕션도 있다. 작품성을 생각한다면 이럴 순 없을 것이다. "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개중 핵심은 외주프로가 새벽.심야에 집중 편성돼 있는데 있다.

주요시간대에 비해 광고료가 20%에도 못미치는 곳에 형식적으로 끼워놓고 작품성은 소홀히 하는 것이다.

또한 개편에 임박해 외주시간대를 발표하는 관행도 프로덕션들의 기획력 향상에 걸림돌이다.

강주안.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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