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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롱텀캐피털 파문 확산…헤지펀드 제2붕괴 조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미국의 헤지펀드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 (LTCM) 붕괴의 여진 (餘震) 이 예사롭지 않다.

파산위기에 처했던 롱텀 캐피털은 지난달 23일 14개 국제 금융기관으로부터 36억달러 (약 5조원) 의 구제금융을 받고 가까스로 살아 남기는 했지만 불과 2주남짓만에 지원금액의 60%를 단기자금 상환 등으로 써 버렸다.

이에 따라 관련 금융기관들의 추가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 올 지 모른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지가 10일 보도했다.

롱텀 캐피털은 자본금의 54배에 달하는 1천2백50억달러를 파생금융상품등에 투자, 약 1천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피해규모가 예상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자 뉴욕 월가는 아연 긴장하고 있다.

이미 나타나고 있는 금융기관들의 대출기피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롱텀 캐피털이 파산하거나 파산을 피하기 위해 보유 유가증권 투매에 나설 경우 발생할 부정적 파급효과를 우려, 구제금융을 중재했던 뉴욕연방은행도 입장이 곤란하게 됐다.

롱텀캐피털을 살리려면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구제금융 컨소시엄' 에 참여하고 있는 메릴린치.모건 스탠리.JP모건.체이스맨해튼 은행등 금융기관들의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메릴린치의 현재 주가는 한창 상승세를 타던 지난 7월말 1백8달러에서 58%나 폭락한 45달러 수준으로 떨어졌고 모건 스탠리는 59%, 리만 브라더스는 67%가 폭락해 남을 도와줄 사정이 아니다.

게다가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와 함께 헤지펀드의 대표주자격인 타이거펀드가 최근 달러폭락으로 막대한 투자손실을 보면서 제2의 롱텀캐피털 신세가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 타이거펀드는 최근 닥치는 대로 금융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으며 단 하루거래에서 2백억달러의 순자산중 10%를 잃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만약 타이거펀드마저 도산 위기에 처하게 되면 금융권의 피해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될 것이 뻔하다.

한편 최근 미국 유명 투자가 워런 버핏이 윌리엄 맥도너 뉴욕 연방은행 총재에게 40억달러에 롱텀 캐피털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버핏은 30억달러는 자신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사가 출자하고 7억달러는 독일 AIG사가, 3억달러는 골드먼 삭스사가 출자하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롱텀 캐피털 설립자인 존 메리웨더는 아직까지도 회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채 이 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더 타임스는 메리웨더가 지난 8월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20에이커 (약 2만4천여평)에 달하는 거액의 알짜 부동산을 부인 명의로 이전했다고 보도했다.

채무 변제부담을 피하기 위한 고의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메리웨더는 이 부동산의 명의이전이 오래 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채무변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어쨌든 한때 '월가의 달인' 으로까지 불리던 메리웨더의 파산은 국제금융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계속 불어 넣고 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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