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 김지원 장편소설 '낭만의 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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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우리 인간의 삶이 하나의 아름다운 설화이며 꿈인 듯이 느껴졌습니다.

밤에 잘 때 꾸는 꿈이 아니고 꿈이 꿈으로 존재하는 그런 꿈…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꿈들이 온 우주에 가득 차 있고 인간의 삶이란 잘 때나 깨어있을 때나 혹은 잊고 있을 때일지라도 그 꿈을 살아내는 데 다름 아닌 것으로 느껴졌었습니다. "

중견작가 김지원 (金知原.55) 씨가 장편소설 '낭만의 집' 을 펴냈다 (작가정신刊) .74년 '현대문학' 을 통해 문단에 나온 김씨는 '폭설' '겨울나무 사이' '돌아온 날개' 등의 창작집과 장편 '모래 시계' '꽃을 든 남자' '소금의 시간' 등을 펴내고 있다.

이번에 펴낸 '낭만의 집' 은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부드러운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 다섯딸을 둔 가정 구성원을 들여다보며 인간관계의 깊이와 삶의 온기를 전하고 있다.

아버지 양철수와 어머니 한정자. 그 부부는 잘못 던져진 공에 의해 맺어져 딸 다섯을 두고 있다.

요일 순서대로 월옥.화옥.수옥.모옥 그리고 일옥. 세딸은 출가시키고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 이름은 '낭만 아파트' .무역업계에 종사하면서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배 노젓기를 묵묵히 해온 아버지 양철수. 그런 남편을 내조하며 딸들 다 남부럽게 키워낸 어머니. 그 어머니와 딸들의 시점이 오가며 가족의 따뜻한 사랑이 그대로 온세상으로 둥그렇게 퍼져나간다.

부탁하지도 않은 친구집 청소를 해주었다가 되레 자존심을 무시했다며 타박당하는 월옥. 뉴욕으로 시집 가 성공해 살고 있는 화옥, 남편이 딴 여자에게 따뜻한 시선을 줄까 전전긍긍하는 수옥. 아파트와 버스를 지참금으로 요구하는 애인에게 실연당한 모옥. 이 네 딸들의 시선과 그들의 삶을 다루는 작가의 태도는 동화적일 정도로 부드럽다.

그리고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어 이 집으로 놀러온 듯 왔다 처녀로 다시 하늘나라로 간 막내 일옥. 태어나기도 전에 어머니 눈 앞에 미리 나타났던 막내딸을 통해 삶의 불가해한 신비와 근원을 파고들게 한다.

73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 살고 있는 김씨의 이 장편은 무척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성.우주성을 아우르고 있다.

시인 김동환과 소설가 최정희를 부모로 둔 김씨의 소설에는 그런 문학적 분위기가 원형질적으로 녹아 있다.

그것은 세상을 부드럽게 감싸는 힘이고 그런 문학적 분위기가 있기에 우리의

일상적 삶에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음을 돌려주고 있다.

이 작품을 읽어본 작가 이제하씨는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수줍게 펼쳐보이는 이 작품의 여유와 공감은 아직도 애정긍정의 여력을 지니고 있는 독자들이 누려야할 즐거움이다" 고 했다.

메말라가는 마음을 촉촉히 적셔줄 작품이란 평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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