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 벤처사업의 모든것 '실리콘밸리의 영웅들'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난파당한 한국 경제호 (號) 를 고칠 '명약' 으로 거론되는 벤처기업. 정부도 경제회생의 축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그런데 벤처는 정부 지원만 충분하면 성공 가능한 '환상' 의 기업일까. 답은 절대 '노' 다.

미국의 대표적 벤처기업은 오히려 아주 적은 자본 또는 거의 무일푼으로 시작했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 그런데도 굴하지 않는 열정과 비전이 그들의 '실탄' 이요 '식량' 이었던 것. 애플컴퓨터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말.

"우리가 자본가들에게 갔을 때 누구도 돈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다행스럽다. 그들이 우리를 소유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도서출판 21세기북스에서 출간된 '실리콘 밸리의 영웅들' .제목으론 인물 열전 같다.

하지만 책의 초점은 오늘날 기술집약형 벤처기업의 상징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과 이를 뒷받침한 시스템에 대한 분석. 미국 산타클라라밸리 역사협회가 10년간의 준비를 거쳐 5백명에 이르는 관계자를 인터뷰하며 실리콘밸리의 1백년 역사를 정리했다. 무엇보다 실리콘밸리의 뿌리는 스탠퍼드대학이었다는 부분이 재미 있다.

'현실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 학문' 을 표방하고 1891년 개교한 이 곳에서 배출한 수많은 과학자들이 핵심세력이었다는 것. 또 대학은 그들에게 재정.기술적 도움을 아끼지 않으며 '모험기업' 의 자양분을 제공해왔다.

그리고 계속된 학교.연구소.기업간의 열린 네트워크. 또한 거기에서 파생된 새로운 경영기법들은 전세계에 기업혁신의 열풍을 일으켰다.

한마디로 이들 3자간의 정보.지식의 공유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이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

물론 벤처는 도전에서 시작됐다.

허름한 차고에서 시작해 컴퓨터업계의 거인으로 성장한 휴렛 팩커드는 대표적 사례. 창업자 데이비드 팩커드와 윌리엄 휴렛은 단돈 5백38달러를 갖고 출발했다.

또한 반역도 일어났다.

한 기업에서 근무하던 8명이 각기 독립해 세계적 기업을 일군 페어차일드사의 경우도 있다.

창업자의 서투른 경영을 참지 못한 연구원들이 오랫 동안 이합집산하며 '실리콘밸리의 법인직업학교' 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귀착점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기업문화. 벤처의 정신과 실체가 무엇인가를 반성케 하는 대목이다.

부록으로 붙은 벤처창업자를 위한 정보 모음도 유용한 도움이 되고 있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