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청장 ‘너무 넓은’ 집무실 도마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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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경찰청(청장 유태열)은 대전시 서구 둔산동 2만6973㎡의 터에 공사비 280억원을 들여 완공한 지하 1층·지상 10층 규모의 청사에서 5일 준공식을 한다고 3일 밝혔다. 대전경찰청은 충남지방경찰청으로부터 2007년 7월 분리·독립함에 따라 새 청사를 짓기 시작했다.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청사에는 320여 명이 근무하게 된다. 새 청사 지하에는 사격장과 목욕탕 등을 갖췄다. 옥상에는 헬기장이 있고 3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도 있다.

청장 집무실(7층) 면적은 접견실을 포함해 138.84㎡에 달한다. 침실(13.22㎡)과 화장실(6.61㎡)까지 합치면 158.67㎡가 된다. 접견실(30여㎡)에는 원탁 테이블과 소파 등이 놓여 있고 접견실과 집무실 사이에는 부속실(비서실·49.59㎡)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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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충남경찰청장 집무실 면적은 82.5㎡로 대전경찰청장 집무실의 절반 수준이다. 충남경찰청 관할 경찰서는 15개, 대전경찰청 소속 경찰서는 5개다.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규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장관실은 집무실·접견실·비서실을 포함해 165㎡, 차관실은 집무실·비서실 등 99㎡를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차관보실이나 2, 3급 기관장실은 부속실을 포함해 50㎡로 제한되며, 지방경찰청장실도 여기에 해당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경찰청·검찰청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사무실은 행안부 시행규칙의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준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전경찰청장의 집무실 면적은 전국 16개 시·도 지방경찰청장 집무실 가운데 크기에서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광주경찰청장 집무실 면적은 126㎡, 서울경찰청장 집무실 크기는 118.3㎡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간부회의 공간 등을 고려해 여유 있게 설정한 것 같다”며 “전국 대부분의 지방청장실과 크기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참여연대 금홍섭 사무처장은 “행정집행기관인 지방경찰청장 집무실이 지나치게 넓으면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충남대 육동일(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제를 목표로 하는 경찰이 청장의 집무실을 지나치게 크게 만들어 시민들로부터 눈총을 받아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호화 청사 논란=행안부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청사 신축붐이 일면서 2000년 이후 자치단체 40곳에서 청사를 새로 신축했거나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신청사 건립을 검토 중이거나 계획 중인 곳도 16곳에 달한다. 성남시의 경우 2007년부터 3222억원을 들여 중원구 여수동에 연면적 7만4309㎡의 초대형 청사를 짓고 있다.

호화판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경기도 용인시 청사의 경우 건축비만 1656억원이 소요됐고, 서울 용산구청(1300억원) 등도 청사 건립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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