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교습생의 단짝 '피아노 소곡집' 출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27세 때 폐결핵으로 요절한 폴란드의 여류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겸 테클라 바다르체프스카 (1834~61)가 18세 때 작곡한 센티멘탈한 소품. 꿈많은 전세계 소녀들이 피아노 앞에 앉았다 하면 연주했던 바로 그 곡. 리스트가 '가장 해로운 살롱음악' 이라고 비난했던 '소녀의 기도' 다.

하농.바이엘.체르니.부르크뮐러 등 피아노 교본에 곁들여 재미삼아 연주하는 '소녀의 기도' 등이 수록된 '피아노 소곡집' 이 EMI레이블서 음반으로 출시됐다.

피아니스트 한스 칸의 연주로 녹음된 이 CD에 수록된 곡들은 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소품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유명 피아니스트들이 녹음을 기피해 음반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슈만같은 음악가는 자신을 '가장 우아한 살롱음악 작곡가' 라고 지칭하며 아마추어를 위한 살롱음악을 높이 샀다.

주제와 14개의 변주곡으로 구성된 '소녀의 기도' 는 나중엔 피아노 듀오, 성악곡으로 편곡되어 널리 연주되었고 '소녀의 두번째 기도' '소녀의 기도에 대한 응답' '달콤한 꿈' 등 유사품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악보 표지에 나타난 소녀의 모습도 바뀌어왔다.

1860년 당시에는 소녀가 무릎을 꿇은 채, 눈길을 위로 향하고 기도하는 모습이었으나 1910년대에 이르러 이 소녀는 손에 시집을 들고 백일몽을 꾸는 듯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또 1936년에 출판된 악보 표지의 소녀는 착 달라붙는 옷을 입은 요염한 자태를 뽐내기도 했다.

'소녀의 기도' 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던 와이만의 '은파' 는 1865년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맨처음 낱장 악보로 출판되었던 작품. 역시 주제와 7개의 변주곡으로 되어 있다.

이밖에도 외스텐의 '알프스의 저녁놀' , 네케의 '크시코스의 우편마차' , 요나슨의 '뻐꾹 왈츠' , 아일렌베르크의 '숲속의 풍차' , 슈만의 '즐거운 농부' , 이바노비치의 '다뉴브강의 잔물결' 등 자연을 묘사한 작품과 함께 베토벤 '엘리제를 위하여' , 고섹 '가보트' , 리아도프 '음악의 보석상자' 등 20곡의 소품들이 흐른다.

음반 수록곡 모두를 엮은 악보집도 들어있다.

02 - 3449 - 9422.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