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김용택'태환이형 빚산 타고 가라'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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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태환이형

빚으로 소 사서 빚지고 파니 빚이요

빚으로 돼지 사서 빚지고 파니 또 빚이라

빚내서 빚 갚고

빚으로 농사 지어서 또 빚지고 또 빚지

니 또 빚이라

빚 위에 빚지고

빚 위에 빚 얹으니 또 빚이라

빚 위에 빚이어서

빚 천지 빚이 산처럼 높아가니

화이고메, 저 빚산 좀 보아라

- 김용택 (金龍澤.50) '태환이형 빚산 타고 가라' 중

아직 도시의 문학에는 건달이 많다.

이럴 때 섬진강 고향을 지키는 다부진 시인이라면 그의 농촌.농민시의 본원적 정서는 80년대 민중노선 이상이었다.

나날이 형형하구나. 이 시는 농촌의 한 파국을 해학적인 반복으로 극대화한다.

빚으로 살다 죽어간 농부는 누구인가.

우리 자신들이 아닌가.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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