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재외동포 특례법'제정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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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정부는 해외동포들에게 한민족 공동체로서 유대감을 높이고 모국 경제발전에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재외동포 법적지위에 관한 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동포사회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약간의 이의가 있으나 대체로 특별법 제정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해외동포들의 관심사는 모국 입.출국시, 체류시의 불편함이 사라지고 모국 투자에 대한 제한이 해제된다는 데 쏠리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외교상 마찰 등 몇 가지 문제점을 들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같은 특례법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영국 등 선진국을 비롯한 50여개국이 사실상 이중국적을 허용, 세계 속에서 자국인들의 자유스런 활동을 보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국이익의 극대화를 도모하고 있다.

지난 3월 이중국적을 허용한 멕시코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 조치를 취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입법당국은 해외동포들에 대한 특혜 운운하기에 앞서 국익 관점에서 재외동포 특별법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97년 한햇동안 미주동포들이 한국에 송금한 돈은 27억달러에 이르는데 같은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억달러였다.

또 올해에는 송금액수가 3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재외동포들의 경제력이 만만치 않다는 증거다.

유대인과 이스라엘, 화교와 대만의 관계를 살펴봐도 재외동포의 경제적 영향력은 모국의 경제발전에 큰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특례법을 통해 재중.재러 동포들에게는 특별배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과거 항일 독립투쟁을 위해 간도와 연해주로 떠난 많은 독립지사들의 후예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현재 한국보다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해외동포들을 위해 특별법까지 만드는 마당에 그들에게 빚진 마음을 갚을 때가 왔다고 본다.

거주국의 반발이 예상되기는 하나 이들과의 마찰을 피하면서 동포들에게 실질적 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됐으면 한다.

또 국적을 인정해주는 문제도 유연성을 발휘했으면 한다.

부모중 한쪽이 한국인인 경우만 한민족 혈통을 인정해줄 것이 아니라 조부모중 한명이 한국인인 경우 등 그 범위를 넓혀 국적을 인정해줬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말썽의 소지가 있는 투표권의 부여보다는 지역별.직능별로 해외동포들을 선발해 투표권은 없지만 옵서버 자격의 국회의원으로 선임, 해외동포들의 의견을 대변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본다.

채영창 < '미주총연합회 20년사' 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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