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노벨문학상 수상한 주제 사라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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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진정 이 상이 내게 돌아오리란 생각은 못했다. 위대한 작가들을 비켜간 이 상이 내게 돌아오다니…. 난 정말 행운아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도서전에 참가하고 있는 주제 사라마고의 98년 노벨문학상 수상소감이다.

사라마고는 지난해까지 "기대도, 받고 싶은 욕심도 없다" 며 노벨문학상에 대해 덤덤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91년부터 매년 유력한 후보로 올랐으나 이 상이 그를 비켜갔기 때문이다.

오랜 공산주의 활동 등 정치적 신념이 노벨상 성격과는 거리가 먼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포르투갈 중부 시골에서 태어난 사라마고는 가난때문에 일찍부터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언론인. 번역가. 작가로 성장하기 전까지 그는 용접공.제철공.막노동 등 밥벌이를 위해 수많은 직업을 전전해야 했다.

69년 공산주의 불법 정당에 가입한 사라마고는 75년 불법 정치활동으로 국외로 강제 추방당했다.

추방 후 정치적 신념과 눈앞에 닥친 생계를 위해 일단 절필, 번역가로도 활동했던 그는 79년부터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서 희곡.소설.시.일기.여행기 등 전장르를 망라한 활동을 펼쳤다.

47년 '죄의 땅' 으로 데뷔한 사라마고는 35년이 지난 82년 18세기 포르투갈을 배경으로한 환상적 역사소설 '발타자르와 블리문다' 를 발표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91년작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은 악마와 협상을 벌이는 예수를 묘사해 놓아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92년부터 스페인령 카나리아군도 북동단에 위치한 란자로트에 칩거하며 작품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사라마고는 30여권의 시.소설.희곡.산문등을 발표했다.

그의 책들은 중국.일본 등 20여개국에 번역돼 읽히고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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