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행기도 마음놓고 못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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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내 항공기 안전사고가 너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근 8, 9월 두달동안 국내에서만 모두 7건의 이착륙사고가 일어났으니 비행기 타기가 겁이 날 지경이다.

특히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항상 이같은 조짐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피해 규모가 작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일이 아니다.

사고내용을 살펴보면 활주로 이탈, 객실 유압장치 이상, 타이어 펑크 등 하나같이 아찔한 경우들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울산공항에 착륙하던 여객기가 활주로를 1백m쯤 벗어나 녹지대에 비스듬히 누운 모습을 보면 여간 아슬아슬하지 않다.

승객 몇 명의 부상에 그쳐 다행이라지만 대형사고와 종이 한장 차이였으니 하늘이 도왔던 셈이다.

항공기 사고 원인은 기체결함, 조종사 실수, 기상조건 악화 등으로 구분된다.

최근 발생한 사고의 경우 대한항공측은 기체결함을 주장하지만 회사보유 항공기 거의 모든 기종이 사고가 났으니 이것만으로는 설득력이 약하다.

정비부실, 조종미숙, 열악한 근무환경, 뒤떨어진 공항시설, 나쁜 기상조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10년 넘도록 거의 2년에 한번꼴로 거듭돼온 대형 항공기 사고 원인의 인재 (人災) 부분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정부는 정부대로, 항공사는 항공사대로 요란하게 발표했던 수많은 안전대책들은 모두 어디로 갔단 말인가.

괌 대한항공기 추락사고가 일어난 지 이제 겨우 1년여가 지났을 뿐인데 벌써 이처럼 안전불감증이 재발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모든 사고는 예방이 최선이다.

사고가 터진 후에는 아무리 잘 처리해도 이미 늦다는 것이다.

마침 한가위 민족대이동이 시작되고 곧 이어 단풍 행락철로 이어지면서 항공사는 대목을 맞았다.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알려진 비행기이니만큼 이제라도 제발 마음놓고 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항공사의 책임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정부도 비행기 승객들의 안전관리 책임을 항공사에만 떠넘겨서는 안된다.

국민의 안전은 궁극적으로 국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고때마다 발표됐던 안전대책들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지금껏 승객들이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될 일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항공사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하고 사고가 나면 엄하게 책임을 묻는 등 제재를 가해야 한다.

또 새로 도입된 항공안전감독관 제도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사전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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