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뚝심’ 통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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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한 집중 투자 때문에 욕도 먹었지만, 참고 견딘 보람이 있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펀드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펀드의 1년 수익률이 지난 29일 기준으로 플러스로 돌아섰다.

5개 클래스로 이뤄진 인사이트 펀드는 펀드별로 0.8~2.64%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평균 연간 수익률은 1.66%. 자산 규모 5000억원 이상의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다. 이는 또 중국과 인도 주가지수를 뺀 나머지 주요국 주가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이다. MSC세계 평균 주가지수(-4.21%)도 훌쩍 뛰어넘었다.

국내 자산운용시장에서 이 펀드만큼 영욕이 교차한 펀드도 찾아보기 힘들다. 뜨거운 애정 속에 출발했지만, 수익률 하락으로 이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국내외 주가가 절정이던 2007년 10월 30일 출범한 인사이트 펀드는 출범 1개월 만에 4조5000억원의 자금을 빨아들였다. 이 바람에 은행권이 자금난에 시달릴 정도였다. 펀드매니저에게 투자 지역과 투자 대상을 전적으로 맡긴 국내 최초의 펀드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출범 직후부터 주가가 줄기차게 하락했고, 급기야 지난해 하반기 세계 주가가 폭락하면서 펀드 수익률도 추락했다. 이 펀드가 지난해와 올해 초 투자자들의 원성을 산 부분은 중국에 대한 과도한 투자 비중이었다. 지난해 1월 40.3%였던 중국 비중은 4월에 66%로 껑충 뛰어올랐고 12월에는 76.5%를 기록했다. 중국 증시가 유달리 많이 떨어지는 바람에 펀드 수익률이 반 토막 나기도 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은 지난 2분기 중국 비중을 오히려 더 높였다. 6월 말 현재 중국 비중은 80.4%. 비난 속에서 내린 결정은 세계 증시가 3월 이후 가파르게 회복하면서 빛을 발했다. 주요국 증시 가운데 중국이 가장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래에셋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국 투자 비중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박현주 회장의 중국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박 회장은 설령 타이밍을 못 맞춰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장래가 있는 중국에서 손해를 보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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