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외국인 임원들 영입한 한솔PC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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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어텐션 플리즈 (주목해 주세요)…' 요즘 한솔PCS의 사내방송은 영어로 나온다. '사원 여러분…' 으로 시작되는 한국어방송 다음에 영어로 한번 더 나오는 것.

벨캐나다와 미국투자회사 AIG그룹이 3천5백억원을 투자해 합작사로 탈바꿈한 한솔PCS. 벨캐나다에서 레오나르드 반더 헤이든씨가 경영지원 부사장으로 들어온 것을 비롯해 제임스 윌킨스.마이클 팍 등 외국인 6명이 임원으로 한솔 경영에 참여하면서 회사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대부분의 결재서류에는 한글 옆에 영문요약문이 첨부되고 브리핑방식도 바뀌었다.

선진 경영기법을 받아들이기 위해 회계제도를 손질하는가 하면 사원들간에 영어공부 열기도 뜨겁다.

◇ 달라진 업무스타일 = 우선 결재문화가 바뀌었다.

헤이든 부사장 등이 영문서류에 서명할 때, 결재를 올리는 이가 자신의 견해를 얼마나 자신감과 조리가 있게 설명하느냐가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간부.직원들은 각종 브리핑에서 효과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기술을 기르기 위해 얼굴표정 짓는 법이나 손동작까지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20여명의 직원이 참가한 영어브리핑대회까지 열었다.

한훈 (韓勳) 부장은 "과거 문서에 주로 쓰이던 '체계화' '다각화' 등 다소 모호한 표현이 사라졌으며 대신 '어떻게 하겠다' 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 위주로 업무흐름이 바뀌고 있다" 고 말했다.

회계장부를 미국 회계기준 (US GAP)에도 맞추기 위해 한솔측은 한국식으로 장부를 작성하면 자동적으로 미국식으로 전환되는 회계정보시스템 구축작업에 들어갔다.

한 관계자는 "각종 홍보자료는 반드시 영문으로 제작해 인터넷에 정기적으로 올리기로 했으며, 이밖에 첨단 금융기법을 신속하게 도입하기 위해 국제금융팀을 신설했다" 고 설명했다.

한편 벨캐나다측은 한솔PCS의 경영성과가 나쁠 경우 최대주주인 자신도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해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S&P.무디스를 대상으로 한솔PCS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 원활한 의사소통도 관건 = 판매기획팀 정재윤 (鄭載潤) 대리는 5년간 거른 적이 없는 아침조깅을 그만두고 대신 회사에서 개설한 새벽 영어회화강좌를 듣고 있다.

대학원 졸업후 별로 들여다본 적이 없던 영어사전도 최신판으로 다시 구입했다.

영문요약문을 첨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외국인 임원들을 위해 동시통역사를 배치하는 한편 영어가 부족한 한국측 임원들에게는 전문 영어강사를 한 명씩 붙여 전화통화에서부터 식탁예절.유머를 곁들인 고급 비즈니스영어까지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韓부장은 "통역사가 있지만 기술과 관련된 전문지식에 대한 통역은 아직 부족해 여러 회의에 참석, 진행을 도와 주고 있다" 고 말했다.

외국인 임원들도 '한국 배우기' 에 들어갔다.

헤이든 부사장은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도 한국인이 돼야 한다" 며 벤츠.BMW 대신 한국산승용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 음식점도 한식을 즐겨 찾으려 노력중이고 최근에는 한국어 가정교사를 고용했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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