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성-신치용, 단짝 선후배서 적장으로 ‘질긴 인연’

중앙일보

입력 2009.07.30 01:14

업데이트 2009.07.30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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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프로배구 삼성화재와 우리캐피탈이 맞붙었다. 두 팀은 지난 시즌 시범경기에서 한 차례 격돌, 우리캐피탈이 삼성화재에 3-0으로 이긴 적이 있다. 그러나 삼성화재가 주전을 대거 뺐기 때문에 승패는 별 의미가 없었다. 타이틀이 걸린 대회에서 마주친 건 29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IBK국제배구대회 남자부 B조 경기가 처음이다.

V-리그 최다우승팀(삼성화재)과 신생팀(우리캐피탈). 서로 다른 끝에 있는 두 팀이지만 신치용(54·사진右) 삼성화재, 김남성(57·左) 우리캐피탈, 두 사령탑 간의 질긴 인연으로 어느 경기 못지않게 관심이 모아졌다. 결과는 삼성화재의 3-2 승리.

◆적장으로 조우한 선후배=마낙길·노진수·임도헌·신진식…. 19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성균관대가 배출한 한국 남자배구의 걸출한 공격수들이다. 이들은 당시 성균관대 감독이던 김남성 감독이 스카우트한 선수들이다.

김 감독이 우수 선수를 뽑으러 지방고교를 찾아다닐 땐 으레 신치용 감독을 동반했다. 김 감독의 성균관대 3년 후배로 당시 한전코치였던 신 감독은 배구계에서 단짝 소리를 들을 만큼 김 감독과 절친했고, 이들의 빼어난 안목 덕분에 성균관대에는 ‘대어급 선수’가 넘쳤다. 그랬던 두 사람은 1996년 신진식 문제로 갈라섰다.

삼성화재 창단 감독이 된 신 감독은 신진식 스카우트에 공을 들였다. 반면 김 감독은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온 현대자동차서비스(현 현대캐피탈)에 신진식을 보내기로 했던 터였다. 그러나 김 감독의 의도와 달리 성균관대는 신진식을 신생팀 삼성화재로 보내기로 했고, 이에 반발하던 김 감독은 대기발령을 받고 옷을 벗었다. 김 감독은 이후 현대건설-서문여·중고-명지대 감독을 거쳐 지난해 비로소 프로팀 우리캐피탈을 맡았다.

두 사람은 올해 초 또 한 차례 감정의 골이 생겼다. 신생팀 우리캐피탈은 배구연맹 규정상 기존팀에서 보호선수 외에 1명씩 뽑을 수 있었다. 김남성 감독는 단 한 명, 삼성화재 리베로 이강주를 뽑았다.

신 감독이 여오현 은퇴 후를 대비해 공을 들였던 선수다. 신치용 감독은 “규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김 감독의 감정적인 선택이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캐피탈의 따라 하기=김남성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배구 스타일에 대해 늘 “삼성화재처럼 조직력을 갖춘 배구”라고 말한다. 삼성화재 조직력의 원천은 탄탄한 서브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다.

우리캐피탈이 리베로 이강주를 뽑은 것도, ‘배구도사’ 박희상을 수석코치로 영입한 것도, 삼성화재에서 은퇴한 신진식을 복귀시키려 했던 것도 일종의 ‘삼성화재 따라 하기’인 셈이다.

삼성화재는 창단 첫해 김세진·김상우·김규선 등을 뽑고도 ‘선수 부족’을 이유로 리그에 불참했다. 이듬해 신진식·방지섭 등이 가세한 뒤에야 ‘강팀’이 되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캐피탈도 창단 첫해인 지난 시즌 같은 이유로 리그에 나오지 않았다. 우리캐피탈과 삼성화재가 여러 모로 오버랩되는 이유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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