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비디오 공개 여론 '덤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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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A급 허리케인' 이 될 것으로 보였던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대배심 증언 비디오 테이프 방영 충격이 예상과 달리 '미풍 (微風)' 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먼저 여론에 큰 변화가 없다.

증언 방영 직후인 21일 저녁 (미 동부시간) USA투데이.CNN.갤럽이 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6%는 여전히 클린턴의 대통령 직무수행에 지지를 보냈다.

최근까지의 여론조사와 별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방영 전날 CNN.갤럽 조사에서 나타난 60%보다 오히려 높아진 수치다.

사임해야 한다는 응답은 1주일 전의 36%에서 39%로 조금 높아졌지만 66%는 여전히 탄핵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의 반응도 비슷했다.

비디오 공개가 시작되면서 다우지수는 1백84포인트나 떨어졌지만 충격적 내용이 없자 투자자들이 '사자' 로 돌아서 결국 전날보다 37.59 포인트 오른 7, 933.25로 마감했다.

여론의 이같은 반응은 증언의 내용이 이미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른 내용이 없는데다 화면에 나타난 클린턴의 태도가 생각보다 당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메리칸대의 앨런 리치트맨 교수 (대통령사) 는 "대통령의 마음이 편해 보였고 대통령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고 평가했다.

이같은 여론은 클린턴을 옭아매 11월 중간선거에서 결정적 우위를 잡겠다는 공화당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르윈스키와의 성 관계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도록 물고 늘어진 검사들의 질문이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야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자국의 대통령을 국제적으로 망신당하도록 한 공화당에 유권자들이 반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쪽이 오히려 기세를 올리고 있다. 백악관은 증언 방영 직후 "모든 사람들에게 대통령의 행동이 탄핵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을 것" 이라는 성명을 냈다.

공화.민주 양당은 비디오 방영이 끝난 후 여론동향을 의식, 서로 상대방을 비난했지만 내심 민주당은 안심, 공화당은 실망하는 분위기다.

관측통들은 앞으로 진행될 하원 청문회가 여론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클린턴에 대한 지지계층이 생각보다 굳건해 공화당이 고민하게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미 하원은 이번주중 스타 보고서 처리 이후의 후속절차와 탄핵사유 보충자료 공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나 양당의 생각이 틀려 접점을 쉽게 찾지는 못할 것 같다.

법사위는 주중 비공개 회의를 갖고 스타 보고서를 토대로 탄핵절차 개시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온 두 조사관의 검토 결과도 보고받을 예정이지만 보고를 듣는 것 외에 더 이상의 절차진행은 힘들 전망이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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