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기다리는 김종필 총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종필 국무총리는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장관들에게 무려 다섯가지의 당부를 했다.

법안을 처리한 뒤 말미에 한 두마디 '당부말씀' 을 하고 회의를 끝내온 관행과 다른 모습이다.

특히 그 많은 정치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는 JP여서 대조적이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가 이렇게 많은 주문을 한 것은 최근 부쩍 현장을 자주 찾으면서 할 말이 많아졌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주문사항 중 장관들을 뜨끔하게 한 것은 장애인 고용문제. 총리는 장애인고용촉진기금 운용계획안을 통과시키고는 한마디 했다.

"장애인 고용촉진의 모범을 보여야할 행정기관이 법정의무고용비율 2%에 크게 부족한 1.15%만 고용하고 있다.

장관들은 캠페인 같은 과시용 행사보다 자기 기관부터 솔선해 장애인들을 적극 고용해달라. " JP는 회의 바로 전날인 21일 전국 장애인부모대회에 참석, 장애인 고용의 실상을 보고 들은 바 있다.

최근 JP가 가장 자주 찾는 곳은 산업현장, 그중에서도 수출업체다.

총리 취임 이후 평균 한달에 한번 꼴로 찾아가던 산업현장을 9월 들어서는 매주 방문하고 있다.

JP는 담당비서에게 "수출을 해야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며 지방을 방문할 일이 생기면 인근 수출업체 방문을 반드시 포함시킬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반면 JP는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의 최대현안인 사정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을 뿐더러 측근에서 관련보고를 해도 반응이 없다고 한다.

JP는 지론인 내각제 개헌의 시기에 대해 '경제가 나아진 다음에' 라고 누차 밝혀왔다.

JP의 경제챙기기는 때를 기다리는 나름의 정치행보로 보인다.

오병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