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김대통령 방문때 과거사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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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다음달 7일 일본 방문에 맞춰 일본 정부는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행위에 대해 '마음으로부터의 사과' 와 '깊은 반성' 이라는 단어로 사과의 뜻을 표명하고 우리 정부도 이를 수용, 과거사 문제를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이와 함께 10월말 일본에서 김종필 (金鍾泌) 총리와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총리, 외무장관 및 경제각료들이 참석하는 양국 각료간담회를 추진키로 했으며 또 이를 매년 정례화하기로 했다.

18일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 정부는 金대통령 방일을 계기로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배와 침략으로 고통과 손해를 준데 대해 깊은 반성과 함께 마음으로부터의 사과를 드린다' 는 골격의 문안을 마련했다" 면서 "양국 정상이 채택할 '21세기를 향한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이 내용이 포함될 것" 이라고 밝혔다.

일본측은 19일 방한하는 사사에 외무성 북동아과장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우리측에 정식 전달할 예정이다.

일본측의 이같은 사과 수위는 지난 94년 8월 무라야마 도미이치 (村山富市) 총리의 담화문 (아시아제국에 깊은 반성)에 준하는 것으로 '한반도' 라는 단어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게 특징이다.

반면 '아시아제국에 통렬한 반성의 뜻과 함께 진심으로 사죄를 표명한다' 는 무라야마 전총리의 전후 50주년 특별담화에는 수준이 못미치는 데다, '군대위안부' 의 구체적 표현도 공동선언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해 사과 수위에 따른 논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양국 정상의 공동선언 외에 일본측은 '천황 (天皇) 공식만찬' 에서는 과거사 부분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의 일본 교과서 기술 (記述)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측은 金대통령의 일본의회 연설을 통해 "양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인식이 중요하며 이를 역사교육에 반영하는 것이 좋다" 는 선에서 간접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양국은 10월 21일 일본 규슈 (九州) 가고시마 (鹿兒島) 현에서 개최되는 도공 (陶工) 심수관 4백주년 기념행사에 맞춰 이 지역에서 양국 총리.경제각료 등이 참석하는 각료간담회 개최를 추진 중이며 '21세기 파트너십 행동계획' 을 통해 이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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