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땅 우즈베크에 ‘IT로드’ 닦는 젊은이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11일 오후 4시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 국제공항. 섭씨 38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인하대 학생 8명으로 구성된 ‘IT 교육봉사단’이 트랩에서 내렸다. 이들은 짐을 풀자마자 기증할 컴퓨터 20대를 들고 타슈켄트 IT정보통신대(TUIT)로 향했다. 24일까지 현지에 머물며 컴퓨터 프로그램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인하대 최진희(左)·강보원 학생이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IT정보통신대학교 에서 현지 학생들에게 컴퓨터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임주리 기자]


인하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아름(24·여)씨에게 이번 IT봉사는 두 번째다. 2007년 몽골에서 처음 봉사단에 참여했었다. 인터넷과 컴퓨터 게임이 푹 빠져 있는 한국과는 달리 컴퓨터가 있어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현지 사정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돈이나 물건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알게 됐어요.” 2차 봉사단에 합류한 이유였다.

아름씨처럼 나눔에 목이 마른 친구 8명은 선발 과정을 거쳐 4월 봉사단을 꾸렸다. 5월 초부터 준비에 모든 열정을 쏟았다. 전공 공부와 취업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매주 한 번 이상 만나 밤늦게까지 세미나를 열고 토론했다. 파견이 임박해지자 매일 만나다시피 하며 영어로 수업 시연을 했다.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에게 줄 영어 교재도 직접 만들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컴퓨터 교재와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필요한 예제를 뽑아냈다. 곽명균(27·정보통신4년)씨는 “예제를 하나하나 찾아서 영어로 설명까지 달려니 진땀을 뺐다”고 소개했다. 봉사단 막내 김연균(21·경영학2년)씨는 “IT를 전파하러 파견되는 한국 대표선수로 선발된 것 같아 떨렸다”고 전했다.

13일 오전 9시 4개 반으로 나뉘어 수업이 시작됐다. ‘한국 선생님’들이 온다는 소식에 방학인데도 학생·교직원 90여 명이 몰려들었다. 1층 PPT교실에는 스무 명 가까이 들어찼다. 최진희(25·경영학 석사과정)씨는 “자, 여기 슬라이드를 열어보면 왼쪽에 탭이 나오잖아요. 이걸 통해서도 편집할 수 있어요”라며 친절히 설명했다. 그 기능을 몰랐던 에리요르(22)는 “교수님보다 더 잘 가르쳐주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TUIT는 우즈베키스탄에서 IT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이지만 여건은 열악하다. 6000여 명의 학생에 컴퓨터는 200여 대에 불과하다. 컴퓨터 고급실무 과정을 가르쳐줄 교수도 손으로 꼽을 정도다. PPT나 엑셀처럼 취업에 아주 기본적인 강좌도 없다. 인터넷 인프라가 좋지 않아 창이 열리는 데 10여 분이나 걸렸다.

아름씨는 웹 강의를 진행했다. 한 명 한 명씩 돌아가며 봐주던 그는 무니라(24·IT학부 졸업) 옆에 앉아 ‘과외 지도’를 했다. 무니라는 “웹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부모님의 반대에도 어렵게 선택한 진로였는데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며 “IT 교육의 불모지였는데 단비처럼 반갑다”고 말했다.

‘8명의 IT전사’는 2주간 PPT·엑셀·웹·C++ 등 총 4과목을 가르친다. 적응하기 힘든 현지 음식과 뜨거운 날씨, 오후 5시까지 하루 꼬박 걸리는 일정에도 군말 하나 없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영어가 어려워 전달에 더 힘든 것 같다” “교재에 예제가 부족한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누며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

이민형(29·경영학 석사과정)씨는 “사막과 황무지가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우즈베키스탄은 14~15세기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다”며 “우즈베키스탄이 ‘IT로드’로 변신하는 데 우리의 봉사가 작은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하대 IT교육 봉사단의 해외 파견은 몽골·캄보디아에 이어 올해로 세 번째다. ‘IT 한국’의 기술력을 전파하기 위해 청년들을 해외로 내보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타슈켄트=임주리 기자


이본수 인하대 총장“봉사정신 갖춘 글로벌 리더 키울 것”

“이젠 인하대가 55년 전 하와이 동포들의 ‘기술 입국’ 염원에 보답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본수(사진) 인하대 총장은 ‘해외 IT 청년봉사단’에 대해 “우리 젊은 IT 인재들이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봉사활동을 통해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커 나가게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IT 해외봉사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2007년 처음 몽골에 파견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캄보디아, 올해는 우즈베키스탄에 첨단 IT 기술의 씨앗을 뿌렸다. 현지에서는 IT 기술을 배우려는 학생들은 물론, 정부·대학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IT 봉사단은 인기다. 올해도 8대 1의 경쟁을 거쳐 선발된 학생들이 5월부터 영어 교재·강의 계획안 마련에 매달렸다.”

-활동의 목적은.

“해외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글로벌 마인드와 봉사 정신을 겸비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 데 있다. IT 교육 봉사를 매개로 세계의 젊은이들과 호흡을 같이하는 자체가 큰 경험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 대학생의 대표적인 해외 봉사활동으로 키워 갈 계획이다. 세계화를 지향하는 인하대의 주요 브랜드 사업이기도 하다. 첫 몽골 파견 때부터 지원해 준 21세기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양호)에서도 성과를 인정해 해마다 지원 폭을 늘리고 있다.”

정기환 기자, 사진=임주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