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머리띠 풀고 용어도 순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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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하투(夏鬪) 등 투쟁이란 말 대신 협상이란 용어를 쓰고, 빨간 머리띠를 풀어라."(삼우EMC 정규수 회장)

"빨간 머리띠를 노동문화로 봐달라. 노동자들은 지금 언제 해고될지 몰라 강경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제주 서머포럼에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사 간 협력방안'을 주제로 강연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 자리에 참석한 기업계 인사들 간 설전이 벌어졌다. 이 위원장 발표 직후 질의응답 자리에서다.

기업계 인사들은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노동운동은 구태의연하다"면서 유연하고 성숙된 운동방식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남북통일과 이라크 파병, 위도 핵처리장 문제 등이 노조와 무슨 관련이 있기에 나서느냐"면서 "노조는 투쟁방식만 가르치지 말고 경영 교육도 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힘이 센 사업장조차 고용 불안감으로 노조가 단기적인 수입 극대화(임금인상)에 매달리는 것"이라면서 "더구나 사용자 측이 노동자를 비용 개념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에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 위원장은 또 "통일문제 등은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조가 관여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한국경제 구조는 지금 해외 투기자본이 요구하는 대로 바뀌었다"면서 "경제부처 관리들도 미국에서 공부한 데다 내공이 없어 그들의 요구를 무방비 상태로 다 들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대환 노동부 장관도 이 자리에서 "공무원의 사용자는 바로 국민"이라면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정부와 전면전을 벌이려고 하지만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노는 지난 24일 합법화와 단체행동권을 요구하는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하반기 총력 투쟁을 선언한 바 있다.

김 장관은 또 노사협상 때 사용자들이 당당하게 교섭에 임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일부 대기업 노조는 정상적이지 않다"면서 "강성인 때문도 있지만 (이보다) 당당하게 교섭하지 않고, 귀찮을 것 같아 대충 넘겨온 사용자 측 자세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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