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닥 잡히는 국회정상화] 여론에 등떼밀려 일단 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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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 정상화의 가닥이 잡히고 있다.

한나라당 서상목의원이 14일 검찰에 자진해 나가면서부터다. 그를 둘러싼 여야간 힘겨루기로 인해 정국이 헝클어진 채 꽉 막혀 있었다.

물론 국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 속단하긴 이르다. 여야간 감정 깔린 다툼이 남아 있는데다 3당 총무간 공식 회담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주부터 여야가 국회의 문을 함께 열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 있게 퍼지고 있다.

이미 여야간 대화창구에서는 큰 틀에서 대치상태를 풀기로 하고 이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노력키로 합의했다.

합의는 국민회의 한화갑 (韓和甲).한나라당 박희태 (朴熺太) 원내총무가 13일 시내 한 호텔에서 주변 연락을 차단하고 3시간 가량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면서 도출됐다.

이들은 지난주말부터 정상화 조건을 전화로 타진한 뒤 서로의 입장을 정리해 만났다.

'야당의원 당적 옮기기 일단 마무리' '국회 체포동의안 단독처리 유보' '영수회담 (김대중대통령 - 이회창 한나라당총재) 실현 노력' 의 세가지 문제에 의견을 모았다. 이같은 의견 접근엔 여론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

한나라당의 검찰소환 거부 투쟁, 여권의 사정 (司正) 일변도 정국운영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비등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여권이 체포동의안 단독처리를 사실상 거둬들인 것은 국회 파행상태가 오래가면 그 책임이 집권당쪽으로 많이 간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체포동의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1백55석의 과반의석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야당의 저지와 물리적 충돌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 모금' 수사가 확산돼 이회창총재로까지 번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그래서 서상목의원을 검찰에 내보내면서 이를 정치권 화해 분위기로 연결시키면 국회 정상운영의 명분을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두 총무간의 물밑 합의가 양당 지도부의 추인을 받으면 이번주중 3당 공식 총무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대체적으로 예상되는 일정은 다음주초 본회의를 열어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합의하고 상임위별로 국정감사 준비에 들어가는 것. 20일간의 국감은 다음달 추석 연후 뒤 시작될 전망이다.

일정이 순연됨에 따라 여권이 다음달 22일부터 열 예정이었던 경제청문회도 빨라야 10월말이 돼야 시작할 수 있다.

영수회담에 대해 청와대측은 한나라당이 최소한의 분위기를 만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 따라서 다음달 7일 金대통령의 일본 방문 전에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장외집회와 1천만 서명운동이 이번주에 이어지고 여당도 이규택 (李揆澤)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을 계속 문제삼고 있어 정상화 길목에는 아직도 장애물이 널려 있다.

특히 15일 대구에서 있을 한나라당 집회에서 金대통령을 겨냥한 모종의 발언이 나온다는 얘기도 있어 양측 협상론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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