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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의 앞날]탄핵 화살 빗발“최소한 중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스타 보고서가 공개됨으로써 클린턴 미 대통령은 대통령직 유지 여부의 기로에 서게 됐다.

앞으로 몇주일 혹은 몇달동안의 여론조사 결과와 스타 보고서에 근거해 탄핵 여부를 판정하는 의회내 논란에 따라 클린턴 개인과 미 대통령직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르윈스키 스캔들 수사 와중에도 60%를 넘었던 클린턴의 업무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보고서 공개 이후 서서히 동요하고 있다.

스타 보고서가 공개된 다음날 뉴욕 타임스지는 사설에서 "사회분야의 각종 개혁을 통해 역사 속에 이름 남기길 원했던 클린턴은 자신의 비속한 취향과 행태, 대통령의 권위를 상징하는 집무실을 더럽힌 행위로 영원히 기억될 것" 이라고 그를 질타했다.

클린턴은 대통령직을 유지할 마지막 보루인 국민을 상대로 사죄를 되풀이하며 정치권을 향한 공세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천명했다.

스타 보고서의 원색적 표현에 경악한 의회내 민주당 인사들은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일단 하원 법사위가 탄핵 여부 심의에 돌입하면 당파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될 것이란 관측이지만 올 11월 중간선거를 치러야 할 상.하원 의원들은 지역구 정서를 예의주시하며 공개적 입장표명에 신중을 기할 것이다.

하원이 스타 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하기로 한 것도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먼저 대통령이 여론의 심판을 받도록 한 뒤 의회의 행동방향을 정하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공화당은 클린턴을 탄핵으로 몰고가지는 않으면서 스캔들을 볼모삼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약진을 차단하는 한편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정권에 타격을 가하자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취임 직후 끊임없는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이 미국민들의 인기를 누린 것은 경제호황과 각종 사회개혁 정책 덕분이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러시아와 중남미 등을 강타하면서 최근 미국도 예외일 수 없다는 위기감이 대두돼 클린턴에게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은 얼마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한 개인의 능력과 힘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다.

제도와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면 아무런 문제없이 돌아가는 것이 미국" 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야당 지배의 의회와 자주 대립해온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스캔들로 '레임 덕' 현상을 앞당김으로써 의회관계에서 강력한 지도력를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은 뻔한 일이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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