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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 칼럼

우주 진출의 목표 분명히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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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우리가 맞닥뜨린 기후변화 위기는 지구와 태양의 상호작용에 관한 문제다. 따라서 우주로 나가 지구를 내려다보면 지구에 있을 때 알 수 없던 것들을 깨우치며 이해 수준을 상당히 높일 수 있다. 다른 행성들을 공부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두 행성만 봐도 그렇다. 금성은 온실 효과가 심각하고 화성은 대기가 얼어붙어 있다. 이들 행성을 비교 연구하는 건 지구를 지켜야 할 임무를 띤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금성의 대기에서 지구와 유사한 화학적 상호작용을 연구함으로써 지구 상공 오존층에 난 구멍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이런 사례가 얼마든지 더 발생할 수 있다.

적극적인 우주 프로그램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우주에 존재하는 태양에너지의 막대한 잠재력이다. 우주에서 태양 에너지를 모아 지상으로 보내면 지구에 미치는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또한 엄청난 인프라 건설로 이어지게 된다. 지구 궤도를 선회하며 태양 에너지를 모으는 시스템과 관련한 지상 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경제에 큰 자극이 된다. 마치 1950년대 미국의 고속도로 건설사업과 마찬가지 효과를 낼 것이다. 물론 이런 시스템을 건설하려면 엄청난 장비가 필요하지만 인류는 이미 과거에 유사한 우주비행체를 만든 경험이 있다. 특히 러시아가 관련 기술을 엄청나게 보유하고 있다. 비군사적인 영역인 우주에서 각국이 협력함으로써 지구촌에서의 상생 모델을 모색할 수도 있겠다.

앞으로 모든 일이 계획대로 잘 풀린다면 인류가 지구 바깥에서 사는 게 가능한 날도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화성은 인류가 ‘별장’을 지을 최적의 후보지가 될 것이다. 필자가 소설 『화성』3부작에서 묘사한 바와 같이 화성에 물이 있는 환경을 조성한 뒤 지구의 생태계를 그대로 이식하는 것이다. 물론 그 밖의 태양계 행성에서도 살지 못하리란 법이 없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날이 오기까진 수백 년은 더 기다려야 하고, 그때까지 지구는 건강하게 살아남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벌써부터 이런 일을 거론해야 하는 걸까. 이따금씩 장기적인 안목을 갖는 것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지금 얼마나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일을 벌이는지 깨닫게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인류는 기나긴 지구 역사에서 극히 최근에 출현한 존재일 뿐이다. 우리가 지구를 망쳐버리지 않는다면 인류의 생존 기한은 훨씬 더 길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린 후세를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저이산화탄소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지속가능한 문명을 창조하는 것이 최우선적 목표가 돼야 한다. 만약 우주로 나가는 것이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만약 시기상조라면 우주 진출은 공상 과학 소설의 소재로 활용하는 데 그치고, 실천은 후손들의 몫으로 남겨야 할 터다.

킴 스탠리 로빈슨 미국 과학소설 작가
정리=박경덕 기자 [워싱턴 포스트=본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