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중국창·한국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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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여름 중국 광동성의 모 신문사는 인터넷에 떠도는 허위정보를 근거로 “孫文이 한국인이라고 한국 언론이 보도했다”는 내용의 무책임 한 허위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가 인터넷 등을 통하여 확대 재생산되어 중국인의 혐한 감정을 부채질하였다. 최근 중국정부는 이러한 허위기사를 게재한 신문사를 적발, 공개사과를 지시하고 허위기사를 쓴 기자를 문책하였다고 한다.
한·중간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문화적 유산도 비슷하다. 따라서 서로가 서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한국 내에서도 TV 드라마 등에서 중국을 폄하하는 내용이 가끔 방영되어 두 나라의 뜻있는 사람들을 걱정케 한다.
최근 한국의 모 방송국이 제작한 드라마 내용이 중국과 중국인을 사실과 달리 묘사하여 드라마를 보는 많은 중국인들을 분노케 하였다고 한다. 한 때 한국 사람의 불만 섞인 지적을 가장 많이 받았던 미국 드라마가 있었다.미군의 이동 외과 병원의 약자인 M. A. S. H 라는 드라마였다. 드라마의 내용은 한국 전쟁에 참전한 미군들의 야전병원에서의 이야기이다. 따라서 1950년대 초 한국이 배경이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당시 전쟁의 폐허 속에 잿더미가 된 한국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한국은 그로부터 반세기 이상 지났고 OECD에도 가입하고 이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그 드라마를 보는 미국사람은 아직도 한국이 헐벗고 가난한 1950년대를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시대극이 아닌 드라마에서 한국은 발전된 현재를, 중국은 1970년대나 1980년대를 묘사한다고 하면 중국인의 심정이 어떠할까 상상할 수 있다. 더구나 중국은 개혁개방 30년의 성공과 2008년 하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그 모습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고 있다. 우리 드라마에서 지금의 중국의 모습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이 이웃나라에 대한 예의이고 드라마 시청자에게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성의있는 드라마로 평가 될 것이다.
한·중 간에는 가깝고도 먼 이웃이 되기보다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를 들여다 보는 窓과 같은 대중매체에 종사하는 두나라 사람들의 깊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중국창, 중국에서는 한국창이 투명하고 깨끗해야 한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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