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메이커 학산 불황 모르는 기업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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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신발메이커 학산 (대표 李元穆.47.부산 광안4동) 은 올 상반기 수출 1백84억원.내수 19억9천만원등 2백3억9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상반기는 수출 1백30억원.내수 8억5천만원이었다.

수출은 42%, 내수는 무려 1백34%나 늘어났다.

한마디로 불황을 '이기는' 기업이 아니라 불황을 '모르는' 기업인 셈이다.

기술과 무역에 노하우를 둔 李사장 특유의 경영방식 덕분이다.

그는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한 그해 (73년) 국내 최대 신발메이커였던 ㈜삼화 공채1기로 입사, 10년 동안 수출업무만 맡았다.

수출부장을 끝으로 83년 이 회사를 떠났다.

5년간 미국 신발수입회사의 한국지사에서 일하다 "세계 최고의 '메이드 인 코리아' 신발을 만들어 보겠다" 는 야심에 88년4월 학산을 세웠다.

이때 삼화에서 알아주는 엔지니어였던 김영창 (金榮昌.47.학산 부사장) 씨를 영입했다.

李사장의 무역노하우와 金부사장의 신발기술의 결합이 불황을 모르는 이 회사의 비결이다.

학산은 설립 때부터 대규모 생산라인을 두지 않았다.

金부사장이 제품 견본을 확보하면 이를 들고 나가 李사장이 오더를 받아왔고 협력업체에 맡겨 생산해 수출했다.

그래서 공장설립비가 필요없었다.

덕분에 李사장은 지금껏 은행에서 한푼도 빌려 쓴 적이 없다.

이같은 회사경영은 규모가 늘어난 지금도 여전하다.

이 회사 직원은 1백50명. 이중 25명이 무역팀이고 40명이 연구.개발팀이다.

무역팀은 무역과 신발공부를 한 정예 요원들이다.

'직원 10명은 늘 공중에 떠 있다' 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역팀은 李사장과 함께 수출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지를 누빈다.

부산 학장동에는 근로자 60여명이 일하는 생산라인 (생산능력 하루 2천켤레) 이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판매할 신발은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연구개발을 위한 실험실에 가깝다.

연구.개발팀이 이곳에 파묻혀 새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라인을 이용, 시제품을 만들어 본다.

생산은 국내외 협력업체에서 한다.

중국과 동남아에 10여개 협력업체가 있다.

이곳에서는 저가품을 주로 생산한다.

국내 협력업체에서는 고품질 고가품을 생산한다.

한국을 베이스캠프로, 중국.동남아를 생산공장으로, 선진국을 판매시장으로 활용하는 세계화 경영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상품판매는 OEM (주문자 상표 부착생산) 과 자가브랜드를 혼용하고 있다.

OEM은 엘레세.라코스테.아디다스 등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로부터 주문받아 중국.베트남 등지의 현지 협력업체에서 만들어 넘겨준다.

95년부터는 자체 브랜드 '비트로' 를 개발해 팔고 있다.

테니스화의 경우 국내 시장을 휩쓸고 있고 일본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배드민턴화도 정상탈환을 앞두고 있다.

李사장은 "차입경영.무리한 확장을 전혀 하지 않았고 바이어들에게 철저한 믿음을 준 것이 오늘에 이른 비결" 이라고 말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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