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화'원 트루 씽'주연 매릴 스트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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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할리우드 여배우 가운데 최고의 연기파. 그리 예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우아하고 품위있는 여자. 이지적이면서도 차갑지 않고, 열정적이면서도 자제력이 있는 배우 - .이쯤하면 누구를 가리키는 지 대충 알 만 하지 않을까. 최고의 스타 메릴 스트립 (49)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지난 주 목요일 오후.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맞은 편에 있는 호텔 에섹스 하우스의 그랜드볼룸에서 메릴 스트립을 만났다.

감색 투피스, 상의 윗주머니에 하얀 행커치프를 한 그녀는 평범한 생머리, 매니큐어없이 바싹 깎은 손톱에다, 손가락의 실반지 하나 이외에는 아무런 장신구도 없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평범한 옆집 누나나 아주머니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18일 미 전역에서 개봉되는 가족의 가치를 되짚게 하는 새 출연작 '원 트루 씽 (One True Thing)' 의 홍보차 각 지역을 순회중이라고 했다 (한국 개봉일정은 미정) .

- '원 트루 씽' 에서는 다뤄지고 있는 이슈들은 당신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인가.

"영화화되기 전 소설을 읽고 코네티컷에 살고있는 어머니에게도 읽어보라고 한 권을 보냈다. 이 이야기는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것 같으면서 사실은 잘 모르고 지내는 모녀에 관한 것이다.

사회활동을 하는 직장여성과 가정주부로만 평생을 살아온 어머니와의 갈등, 이건 당연히 나와도 연관이 있는 얘기다. "

- 개봉되면 당신의 자녀들에게도 관람토록 권할 것인가.

"애들에게 영화에 담겨있는 메시지들을 찾아보도록 관람을 권하고싶다.

그러나 아들애는 보겠지만, 그 밑으로 딸 3명은 안 볼 것 같다.

암환자로서 깡마르고 머리숱이 다 빠진 모습이 나오는데다가 결국에 가서는 죽는다는 얘기를 미리 들었기 때문이다. "

- 당신은 일과 가정 가운데 어느 것을 우선시하는가.

가족이 먼저이고, 배우로서의 커리어는 그 다음이라고 할 수 있나.

"굳이 택해야 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냥 가족만 돌보며 집에 있기만 한다면 그리 만족을 못할지도 모른다. 1년에 영화 1편을 찍는 정도, 시간적으로는 4개월 정도는 일을 하고싶다."

- 지금까지 맡은 역할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나는 남들이 보기에 '비위에 거슬리는 (disagreeable)' 역에 마음이 끌린다. 구체적으로 들라면 '어둠 속의 비명 (A Cry in the Dark)' 에서의 린디 체임벌린 역이라고 할 수 있다. "

- 당신도 내년이면 50세다. 나이가 드는 게 싫지 않나.

"싫다기보다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그 때문에 괴롭다거나, 하고싶은 걸 못했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

- 앞으로의 계획은.

"당장은 바이얼린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좋은 작품이 있으면 또 출연하고, 애들 뒷바라지도 하고…. " 그녀는 지금 '50개의 바이얼린 (50 violins)' 이라는 영화의 출연을 앞두고있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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