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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신당의 소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통합은 정치적 수사 (修辭) 일뿐 국민신당이 국민회의에 합쳐진 것은 정당법상 소멸이다.

이로써 국민신당은 지난해 11월 4일 창당된지 10개월만에 또 하나의 정치권 유성 (流星) 이 되고 말았다.

국민신당의 퇴출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올해 들어 여러차례 선거에서 유권자는 이 당을 철저히 외면했다.

그래서 그들의 변형 (變形) 은 예견돼 왔는데 무소속동우회 또는 개별적 여권합류가 아니라 중추부가 일거에 여권으로 귀화 (歸化) 한 것이 눈길을 끈다.

한국 정당사에는 창당.탈당.분당.합당.소멸의 포말 (泡沫) 이 무수했으므로 국민신당의 퇴장을 또 하나의 사례추가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당의 10개월 단명 (短命)에는 다른 특징과 교훈이 숨어 있다.

국민신당은 경선결과의 승복이라는 민주주의 기본요소를 파괴하고 태어난 정당이다.

이인제 (李仁濟) 씨가 지난해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불복하고 독자출마한 것이 어느 정치세력에 유.불리했느냐는 국익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그는 민주원칙을 짓밟았으며 그로 인해 자라나는 세대에게 충격을 주어 공동체의 이익을 해쳤다는 사실이다.

비판의 포화 속에서 李씨는 세대교체.새정치를 철모로 쓰고 달려나갔다.

그는 창당대회에서 "이번 대선은 새정치와 구정치의 대결이자 청렴과 부패의 싸움" 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 명분이 자신을 명분파괴라는 질타에서 구해내줄 것이라 장담했다. 그와 그의 세력은 그들이 그토록 구정치요, 교체대상이라 비난해 마지 않던 국민회의로 들어갔다.

당과 함께 그들의 창당명분은 소멸됐으며 국민신당의 집터에는 경선불복이라는 오점만 남게 됐다.

국민신당의 종말은 대의명분을 어기는 정치적 행동은 결코 생명력을 지닐 수 없음을 상기시킨다.

여권은 국민신당의 대강 (大綱) 을 흡수함으로써 원내과반수에 바짝 다가섰다.

개별적인 의원빼내기가 논란을 부르는데 비춰보면 이같은 흡수통합은 여당으로선 고무적인 방법일 게다.

여당은 몸집불리기에서 두가지 의미를 강조한다.

하나는 원내과반 확보이고 다른 하나는 질적으로 지지세력을 전국으로 넓힌다는 것이다.

두가지는 각기 과제를 안고 있다.

원내과반을 차지하면 이제까지 야당과 나누던 국정책임을 상당 부분 여당이 혼자 감수하게 된다.

'과반의 국정' 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전국정당화' 에는 진심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영남지역 의원 한두명이 합류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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