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시내의 주요 공공시설에 머잖아 유명 기업들의 이름이 붙을지도 모른다. 뉴욕시와 산하 메트로폴리탄 교통당국(MTA)이 공공시설의'작명권' 판매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추세라면 MTA의 재정적자는 몇 년 내 10억달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MTA는 1996년부터 광고 공간을 다양하게 늘려 왔다. 미관도 해치고 광고 공해라는 시민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수입 확충을 위해선 별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하철 객차 몇 량이 한 회사 광고로 덮이고, 어느 기업이 역 구내 광고판을 몽땅 장악한 것도 그 결과다. 덕분에 지난해 MTA가 벌어들인 광고 수입은 7800만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이 정도론 늘어나는 적자를 벌충하기 어렵자 새 아이디어를 들고 나온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7일 교통당국이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작명권 판매가 잘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ABC방송은 뉴욕 시민 중 45%는 찬성, 44%는 반대, 11%는 무응답이었다는 긴급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MTA 측은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공공시설 작명권이나 광고권을 민간 기업에 파는 방안은 새로운 게 아니다. 주요 도시 내 각종 경기장 이름을 쿠어스맥주.델타항공.스테이플스 등에 판 게 대표적 예다. 라스베이거스시는 최근 개통한 모노레일 기차의 컨벤션센터역 구내 광고권(12년간)을 통신회사인 넥스텔에 약 5000만달러를 받고 넘겼다. 로드아일랜드주의 어린이병원은 유명 장난감 회사인 '하스브로'란 이름을 붙이고 있다. 시카고시의 공연장 이름은 포드센터로 돼 있다.
MTA에 앞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도 같은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는 맨해튼의 허파로 불리는 센트럴파크 작명권을 파는 것도 포함돼 있다. 블룸버그 시장은 뉴욕시 공립학교에 5년간 음료수를 독점 공급할 수 있는 권리를 스내플사에 1억6600만달러를 받고 팔려다 시민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