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공공시설 이름 팝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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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텔 타임스 스퀘어역, 맥도널드 센트럴파크, 엑손모빌 터널, 마이크로소프트 다리'.

미국 뉴욕 시내의 주요 공공시설에 머잖아 유명 기업들의 이름이 붙을지도 모른다. 뉴욕시와 산하 메트로폴리탄 교통당국(MTA)이 공공시설의'작명권' 판매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추세라면 MTA의 재정적자는 몇 년 내 10억달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MTA는 1996년부터 광고 공간을 다양하게 늘려 왔다. 미관도 해치고 광고 공해라는 시민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수입 확충을 위해선 별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하철 객차 몇 량이 한 회사 광고로 덮이고, 어느 기업이 역 구내 광고판을 몽땅 장악한 것도 그 결과다. 덕분에 지난해 MTA가 벌어들인 광고 수입은 7800만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이 정도론 늘어나는 적자를 벌충하기 어렵자 새 아이디어를 들고 나온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7일 교통당국이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작명권 판매가 잘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ABC방송은 뉴욕 시민 중 45%는 찬성, 44%는 반대, 11%는 무응답이었다는 긴급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MTA 측은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공공시설 작명권이나 광고권을 민간 기업에 파는 방안은 새로운 게 아니다. 주요 도시 내 각종 경기장 이름을 쿠어스맥주.델타항공.스테이플스 등에 판 게 대표적 예다. 라스베이거스시는 최근 개통한 모노레일 기차의 컨벤션센터역 구내 광고권(12년간)을 통신회사인 넥스텔에 약 5000만달러를 받고 넘겼다. 로드아일랜드주의 어린이병원은 유명 장난감 회사인 '하스브로'란 이름을 붙이고 있다. 시카고시의 공연장 이름은 포드센터로 돼 있다.

MTA에 앞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도 같은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는 맨해튼의 허파로 불리는 센트럴파크 작명권을 파는 것도 포함돼 있다. 블룸버그 시장은 뉴욕시 공립학교에 5년간 음료수를 독점 공급할 수 있는 권리를 스내플사에 1억6600만달러를 받고 팔려다 시민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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