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문화] 버려진 공장터서 꽃피운 '문화 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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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포럼 바르셀로나 2004’개막식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해변 공원 오른쪽에 대형 태양열 발전설비가 보인다.

12년 전 황영조의 마라톤 우승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1992년 올림픽 개최지 바르셀로나. 이곳에는 지금 세계적 규모의 문화 올림픽 '포럼 바로셀로나 2004'가 열리고 있다. 5월에 시작돼 9월 26일까지 무려 141일 동안 공연.전시.세미나가 릴레이로 펼쳐지는 지구촌 문화 한마당이다. 바르셀로나 시 의회, 카탈루냐 자치정부, 스페인 정부가 주최하고 유네스코가 후원하는 행사다.

세계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평화를 모색하는 자리다. 주최 측은 바르셀로나 동부해안 지역에 버려진 공장 지대를 재정비해 컨벤션센터.콘서트홀.야외음악당.산책로를 조성했다. 1.3㎿의 전력을 생산하는 1만500㎡ 크기의 거대한 태양열 발전 설비, 기압으로 쓰레기를 수거하는 친환경 시스템도 갖췄다.

야외 광장 지하에는 하수 처리장이 들어섰다. 탁 트인 해변에는 고급 호텔과 고층 아파트를 지었다. 오물과 공해가 넘쳐나는 우범지대로 전락한 영국 샐퍼드 해변 공장지대에 레스토랑.쇼핑센터.수영장.공연장을 지은 로리 센터를 생각나게 하는 재개발 프로젝트다. 컨벤션 센터의 설계를 맡은 사람은 헤르조그.데메론. 런던 템스 강변의 화력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개조한 테이트 모던의 설계자로 유명한 건축가다.

이 공간에는 개관에 맞춰 국제회의.콘서트가 가능한 3200석짜리 공연장이 들어섰다. 스팅.봅 딜러.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과 세계 각국에서 온 민속 공연단이 이곳을 방문한다. 바닷물을 끌어들인 야외 수영장과 해변 공원도 볼거리다. 문화와 관광, 자연과 첨단기술이 결합된 거대한 해변 테마파크다. 포럼 측은 올 한해에만 500만명의 외국 관광객들이 바르셀로나를 방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럼 바로셀로나 2004'에 맞춰 바르셀로나 시내에 있는 20여개의 박물관도 '평화'라는 주제로 일제히 기획전을 열고 있다. 피카소 박물관은 '피카소-전쟁과 평화'전을 준비했다. '21세기의 정보.권력.윤리''글로벌 시청각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적 다양성' '물, 전략적 자원'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도 열린다.

'포럼 바르셀로나 2004'는 과감한 투자와 인프라 구축으로 문화도시의 위상도 높이고 관광객도 끌어모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벌써 일본의 후쿠오카(福岡), 남아프리카의 더반, 멕시코의 몬테레이가 차기 개최지로 경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 '문화 올림픽'은 2007년에 열고 그 뒤부터는 4년에 한번씩 열기로 했다. 첫 행사인 올해가 여름 올림픽과 겹쳐 방문객이 아테네와 분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www.barcelona2004.org)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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