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는 ‘인사수석실 신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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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들이 15일 일제히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개편을 요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파격·쇄신인사’ 1호인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낙마한 데 대해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장 야당에선 “인사·검증라인을 전면교체하라”(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등 천성관 낙마 사태를 정치공세에 활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야당과 언론이 파악한 의혹들에 대해 사전에 청와대 인사스크린 과정과 민정라인을 통해 충분히 파악이 안 돼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를 개편해서라도 인사를 담당하는 별도 조직을 둔다든지 인사시스템에 좀 근본적인 검토를 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인사검증시스템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인사비서관으로는 역부족”=여권에서는 현재 1급 인사비서관이 장관 등 고위공직자 후보자 선발 업무를 총괄하는 현행 시스템에는 맹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수석(차관급)도 아닌 1급 비서관이 후보자 3~5배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직급이 낮다 보니 소위 정치권 실세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인사수석실을 폐지해 인사비서관과 민정2비서관으로 후보자 추천과 인사 검증업무를 이원화했었다. 이 때문에 1차 선발 과정은 물론 2차 정밀 검증 모두 소홀하게 하는 ‘책임의 부재’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그나마 공무원은 인사 기록이 쌓이면서 기초 자료도 있지만 학계나 민간 후보자의 경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사전에 파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인사수석실 신설해야”=진수희 소장은 “정부 출범 이후 인사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확인한 만큼 중요성에 걸맞게 직제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인사수석실 신설’을 주장했다. 그는 “수석급으로 직제도 상향해야 하고 1차 검증 기능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수석실 신설 요구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박준선 의원도 정정길 대통령실장에게 “수석도 아닌 비서관이 모든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데다 발탁·검증 업무가 이원화돼 있다”며 “좀 더 격이 높은 사람이 책임을 지고 발탁·검증 업무를 같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법사위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자리가 문제가 아니라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천 후보자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평소 인재풀을 관리하는 단계부터 예비 검증이 돼야 하고 본격적인 후보자 검증 때는 당사자 해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사무총장도 “새로 무슨 제도를 만들어 풀 문제가 아니라 검증을 보다 철저히 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효식·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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