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528, 6700만원대 → 6200만원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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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면 국산 자동차의 수출 증대가 예상되지만 반면 독일차 등 유럽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산차 업체의 유럽 수출은 현대·기아차보다 GM대우·르노삼성이 더 유리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유럽에 현지 공장이 있어 수출관세(10%)가 철폐되더라도 혜택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체코(연산 30만 대)·터키(10만 대)에 현지공장이 있다. 기아차는 슬로바키아(30만 대)에 공장이 있다. 모두 유럽에서 인기인 소형차 공장이다. 현대·기아차가 유럽에서 판매하는 물량의 약 60%가 현지 생산분이다.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은 전체의 40% 정도다. 따라서 수출 관세(10%)가 철폐되더라도 혜택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대신 부품관세(4.5%)가 없어지면 유럽 현지공장의 경쟁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GM시보레·오펠 브랜드로 유럽에 수출하는 GM대우는 혜택이 클 전망이다. 지난해 전체 수출량(180만 대)의 40% 정도인 약 72만 대를 유럽에 수출했다. 르노 브랜드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QM5를 수출하는 르노삼성도 관세가 없어지면 뉴 SM3 세단을 르노 브랜드로 유럽에 수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 부품업체들의 혜택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부품업체들이 기술뿐 아니라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정택(자동차 컨설턴트)씨는 “현대·기아차는 유럽에 현지공장을 확보해 수출에 큰 이점이 없지만 현지공장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역으로 친환경차 기술에 강세인 유럽 소형차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한국에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입차 시장에선 독일차 강세가 더 심화될 전망이다. 벤츠·BMW·아우디·폴크스바겐 등 독일차의 올 상반기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었다. 여기에 스웨덴(볼보), 영국(재규어·랜드로버·미니), 프랑스(푸조)를 합치면 유럽차 점유율은 65%로 수입차가 본격적으로 팔린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 관세가 없어질 경우 유럽 업체들은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7% 정도 인하 폭이 생긴다. 1억원이 넘는 고급차는 약 1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베스트 셀러인 BMW528은 6700만원대에서 6200만원대까지 인하될 수 있다. 2억원인 벤츠 S500은 1500만∼2000만원 정도 내릴 수 있다. 이럴 경우 수입차 시장은 유럽세가 70% 이상 점유할 가능성이 커진다.

박동훈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유럽은 국가별로 FTA 비준이 의회를 통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비준이 되면 가격 인하뿐 아니라 그동안 수입하지 못했던 친환경 소형차까지 수입이 가능해져 국내 소형차 시장 공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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