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경영과 기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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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집중폭우가 장기화하면서 가슴 아픈 피해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엘니뇨와 라니냐의 숨바꼭질 속에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국가경제 운용의 기조를 흔들고 있다.

예로부터 홍수를 막고 가뭄에 대비하는 일은 국방에 못지않았다.

이집트문명은 나일강의 홍수를 다스리는 데서 출발했고, 일본의 건축기술은 숱한 지진을 겪으면서 다져졌다.

기후대응 및 관리는 국가경영의 기본이자 하나의 중요한 인프라요 현대인의 삶의 질 (質) 과 직결되고 있다.

간단한 예로 기후는 곧 국가의 에너지.농업정책과 직결되고, 세계의 기후상황은 국제무역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지금껏 우리는 기후가 국가경영에서 갖는 중요성, 그 활용방법, 대응노력 등에 소홀히 해왔고 그런 인식도 매우 뒤떨어져 있었다.

아직도 대기의 조화는 카오스 (혼돈) 다.

기상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72시간 이후의 일기예측은 어차피 추측게임' 이라는 것이 지금도 학계의 정설 (定說) 이다.

기상위성은 구름사진을 제공할 뿐 예측에 긴요한 풍속이나 온도.습도 등 양적인 데이터는 주지 못한다.

환자의 상태를 겉모양으로 파악하는 정도다.

기후변덕과 기상이변이 일상화될수록 이에 대비해 재해를 최소화하는 사회.국가적 노력과 체제구축은 그만큼 중요해진다.

이제는 우리도 기상에 관한 정보와 활용방법, 대응.관리하는 체계적 노력이 국가경영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확실한 인식이 필요하다.

더욱이 우리의 경우 그동안 졸속성장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과 부실공사로 도시인프라와 수방 (水防) 대책은 도처에 구멍이 뚫린 상태였다.

기상예보의 과학적 관리와 함께 재앙에 대비하는 사회인프라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더구나 기상재해는 개별국가의 영토를 넘어 갈수록 '글로벌 재해' 의 양상을 띠어 가고 있다.

원인분석은 물론이고 그 대응에서도 인근국가간에 공조가 긴요하다.

중국 양쯔강의 홍수가 체르노빌 원전 (原電) 사고와 같은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며 그 진상과 대책의 투명성을 중국정부에 촉구한 프랑스 르몽드의 사설이 단적인 예다.

서로간 정보교환과 전문인력 훈련 등 국제공조체제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기상예보의 '세계화' 추세에 대비해야 한다.

과학도들에게 기상분야만큼 가슴 설레는 뉴 프런티어도 드물다.

기상예보 과학화에 대한 장기투자와 함께 우수두뇌들의 이 분야 유치를 위한 사회적 관심의 환기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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