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 기업·기업인] 3차원 가상현실 구현 신기술에 ‘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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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제주시 일도동 제주지식산업진흥원 건물 4층의 한 사무실. 40㎡ 남짓한 사무실은 PC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10여명의 직원들로 가득했다.

㈜큐텔소프트의 현상무 대표(앞줄 오른쪽)가 회사의 3D 가상현실 시스템과 캐릭터·아바타 등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주현식]


대형 모니터를 통해 캐릭터·아바타를 시연해 보이던 ㈜큐텔소프트 현상무(44) 대표는 “지방기업이라는 편견을 넘어 누구도 넘볼수 없는 기술로 강소기업이 되겠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현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공학 석사를 받고 1994년 유망기업인 삼성SDI의 연구원으로 사회 첫발을 디뎠다. 미래는 순탄할 듯 했다. 하지만 1999년 말 고향에 계신 아버님이 병환 끝에 돌아가셨다. 장남인 그로서는 뒷일이 걱정이었다. 허망함도 밀려왔다. “육지생활이 싫어지기도 했고…고향에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표를 던지고 다시 고향살이를 하던 중 건강문제로 역시 고향에 머물던 KAIST 동기 조맹효(46)씨를 만났다. 몇 달간 두 사람은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고, 고민은 정보기술(IT) 업체 창업으로 귀결됐다.

2000년 10월 현씨가 대표를 맡고, 조씨는 기술이사의 직함으로 1억원의 자본금을 만들어 회사를 차렸다. 두 임원을 제외한 직원은 딱 한 명이었다. 이들이 도전장을 내민 분야는 3차원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시스템. “둘 다 대학·직장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일을 해 자신 있었고, 3차원 가상현실 시스템이 가장 유망하다는 판단을 내렸죠.” 예상은 적중했다. 창업 다음해 1년간 매출은 1억원. 벤처기업의 창업 첫해 실적 치곤 괜찮았다. KAIST·제주의 인맥을 총동원, 전력투구한 결과지만 이미 시작이 절반을 넘어선 것. 그들이 선보인 3차원 가상현실 구현 신기술은 2건의 특허등록과 국가인증 GS(Good Software)마크를 받았다.

2003년과 2006년 일본 도쿄와 미국 라스베이거스 박람회에 제품을 내놔 인기를 끌었고, 2006년 독일 하노버 박람회(CeBit)에선 3차원 캐릭터 스튜디오제품을 출품, 독일 회사에 3000만원 어치를 팔았다. 인기는 한국으로 이어져 국내 관공서·기업의 주문이 뒤따랐다. 해양수산부 홈페이지의 3차원 아바타·애니메이션은 바로 이 회사의 작품이다.

지금도 그는 1년중 절반 가까이를 집 밖에서 산다. 서울은 물론 일본·미국 등 해외를 훑고 다닌다. 지난해 매출액은 3억5000만원, 2007년엔 6억 원을 기록한 적도 있다. 이젠 자본금 3억원에 직원도 13명이다.

현 대표는 “당당하게 실력으로 겨뤄 3D 웹 솔루션 분야 국내 최고의 벤처기업이 되겠다 ”는 다부진 꿈을 내보였다.

양성철 기자 , 사진=프리랜서 주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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