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후원 '기록으로 보는 대한민국 50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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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기록보존소 주최 '기록으로 보는 대한민국 50년' 전시회가 오는 14일 중앙일보 후원으로 대전 정부청사 2동에서 열린다.

기록보존소가 정부수립 50주년과 청사 이전을 계기로 마련한 이번 전시회는 개관과 함께 건국 이후 최초로 상설 전시될 예정이다.

14일 개관을 앞두고 이곳에 전시될 주요 국가기록물, 상설 전시관이 갖는 의미, 국가기록물 보존실태 등을 짚어본다.

이번에 공개될 2백50여점의 국가 기록물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현대관에 마련된 1백20여점의 현대사 관련 정부 공식문서. 이곳에는 미군정과 대한민국 정부간 정권인수 인계, 6.25 당시 빨치산 토벌 및 인민재판 관련문서, 4.19 혁명 부상자 명단, 5.16이후 경제개발.지하철 건설, 88올림픽, 남북관계 등 지금까지 철저히 비밀로 분류된 것들이어서 관람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으로 ^이승만 (李承晩) 대통령 관계 문서철^김대중 (金大中) 납치관련 기밀문서^외무부의 4.19 관련 문서^이승만의 38선 돌파 명령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승만 문서철' 은 40년대말 이승만이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 (반민특위) 관계자를 다시 체포하도록 지시한 내용이 담긴 문서철. 지금까지 이승만은 반민특위 활동을 못마땅해 한 것으로만 알려져 왔으나 비로소 그 구체적인 증거가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김대중 납치관계 기밀문서 관련보고' 도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사실들을 담고 있다.

이 문서는 납치사건 (73년 8월 8일) 직후인 그해 8월 10일부터 75년 1월 10일까지 주한 미 대사관과 미 국무부 사이에 주고받은 비밀전문 (電文) 들을 요약, 외무부가 79년 5월 당시 박정희 (朴正熙)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이 담겨 있다.

74년 2월 22일 필립 하비브 당시 주한미대사는 윌리엄 로저스 미 국무장관에게 보낸 비밀전문에서 "지난 수주동안 김대중 보좌관들은 DJ가 대사관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할 수도 있음을 암시해 왔다" 며 처리 여부를 타진했다.

이에 대해 로저스 장관은 74년 3월 8일 "DJ 같은 저명인사가 망명을 요청해 올 경우 임시 피난민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이같은 요청이 한.미 양국정부를 난처하게 만들 것이지만 망명 요청자 (김대중) 의 신체위협에 관한 주장은 일단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하비브 대사는 이어 같은 날 전문에서 "한국관리들은 김대중 납치사건을 마치 DJ 자신이 꾸몄거나 재일한국인, 일본인 극좌파, 북한첩자들에 의한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고 꼬집었다.

또 외무부가 작성한 4.19 관련 문서철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4.19혁명의 배후인물로 장면 (張勉) 전총리와 가톨릭세력을 지목하고, 이들이 배후에서 학생들을 선동한 것으로 기록돼 있어 눈길을 끈다.

51년 3월 18일 한국전 당시 정일권 (丁一權) 3군총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에게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38선 돌파에 관한 지령' 은 38선 돌파에 대한 이승만의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있다.

그는 지령서에서 "미국과 유엔 등은 38선을 돌파하면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으나 대한민국군 원수인 대통령의 명령으로 이에 지시하는 바이니 이 명령을 아직 공개하지는 말고 우리끼리 준비하고 있다가 기회 있는대로 38선을 타파시키라" 고 명령했다.

김창호.이동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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