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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恨水'이북…의정부 7시간 도로 침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2년전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물난리를 겪어야 하는 현실이 원망스럽습니다. "

5일 밤부터 6일 새벽까지 쏟아진 폭우로 집이 침수되자 긴급 대피했던 경기 북부의 파주.의정부.동두천과 인천 강화지역 주민들은 6일 오후 들면서 물이 조금씩 빠지자 대부분 집으로 되돌아 갔으나 눈앞에 벌어진 엄청난 피해에 망연자실하며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일부 이재민들은 집에 찬 물이 빠지지 않아 임시로 마련된 수용소에서 불안한 하룻밤을 보냈다.

◇ 의정부.동두천 = 6일 오후 11시 의정부시신곡1동 의정부초등학교 2층 식당. 50여평 공간에는 40여명의 이재민들이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주민들은 갑자기 집을 덮친 물에 몸만 빠져나와 이불은 물론 옷가지마저 제대로 챙겨 나올 수 없었으며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당국의 식사지원만 기다리다 지친 몸을 가누며 새우잠을 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노애자 (盧愛子.47.주부.신곡1동614) 씨는 "집에 흙탕물이 순식간에 들어차는 바람에 아무 것도 가져 나오지 못하고 가족 4명만 간신히 대피했다" 며 "집으로 되돌아가더라도 옷이나 가재도구 어느 것 하나 온전한 것이 없을 것 같아 걱정" 이라고 한숨지었다.

동두천시청 2층 회의실과 동사무소.학교 등에 마련된 임시 수용소에는 6일 낮 1천7백여명의 수재민이 들어왔다가 오후 들어 비가 그치면서 노약자 5백여명만 남고 귀가했다.

시청 2층 회의실에서 쉬고 있던 朴병엽 (46.회사원) 씨는 "남아 있는 사람들은 현재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당분간 이 곳에 있어야 할 것 같다" 며 "대책본부에서 선풍기라도 한대 설치해 주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 파주시 = 32명이 숨지거나 실종돼 96년에 이어 또다시 최악의 홍수를 겪은 파주시 주민들은 6일 저녁 늦게까지도 시 대부분 지역의 물이 빠지지 않은데다 전화.전기.수도까지 끊겨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조리면.광탄면.교하면 등 대부분 지역에선 일반전화는 물론 행정전화까지 불통된데다 연결도로가 통제돼 고립상황이 계속됐다.

피해가 가장 심했던 금촌 신시장 2백여 점포 상인들과 주변 주민들은 날이 어두워지면서 물이 빠지기 시작하자 집을 찾았으나 옷가지와 침구가 젖어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주민들은 정전이 계속되자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놓고 더러워진 주택과 점포를 밤늦게까지 정리하기도 했다.

정도약국 주인 권창호 (權倉浩.45) 씨는 "전기가 끊기고 양초도 물에 젖어 어두워진 뒤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며 "식수가 없어 식사조차 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고통" 이라고 말했다.

의정부.파주 = 전익진.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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