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춘란배 세계선수권] 황금에 대한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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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제13회 춘란배 세계선수권'

<결승 2국>
○·창하오 9단 ●·이창호 9단

제7보(61~71)=고작 361로에 불과하지만 절정의 고수들도 끝없이 헤맨다. 수(手)는 매번 갈등과 고뇌의 소산이다.

흑은 일단 우상귀를 두어야 한다. 방향은 그쪽이 틀림없는데 방법이 어렵다. 책이 권하는 정석은 ‘참고도 1’ 흑1의 붙임. 그러나 박영훈 9단은 백6까지 된 다음 흑이 둘 데가 없다고 한다. A가 정석이지만 너무 느리고 좁아 이창호 9단도 도저히 마음에 차지 않았을 거라고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61~65. 다분히 아마추어적인 수법이지만 이 상황에선 ‘실용적’이었다.

66으로 다가왔을 때 이창호 9단은 다시 갈등에 빠져든다. ‘참고도 2’ 흑1은 너무나 두고 싶은 곳. 크고 환해서 두말할 여지가 없는 반상 최대의 곳이다. 유일한 걱정은 우변이지만 백2의 공격은 흑3 정도로 타개할 수 있다. 하나 이 9단은 67로 젖혔고 68 자리가 백의 손에 넘어갔다. 67은 진정 이창호답다. 두텁지만 공배가 될 수도 있는 67을 차지하고 68처럼 황금이 번쩍이는 곳을 내줄 수 있는 사람은 이창호밖에 없을 것이다. 71도 비슷하다. 상변이 어마어마하게 커 보이는데 이 9단은 황금을 돌보듯 하며 다시 두터움을 선택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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