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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찰, 중국 여성 관광객 몰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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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여행객에 대한 미국 경찰의 무차별 폭행에 네티즌을 중심으로 중국인들의 감정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1일. 중국 톈진(天津)에 거주하는 자오옌(趙燕.37.여.사진)이 미국과 캐나다 접경의 유명 관광지인 나이애가라 폭포에서 관광을 하다 미국 경찰에게 처참할 정도로 얻어맞았다. 자오는 당시 여행단의 일부 동료와 함께 폭포 인근 레인보 브리지를 거닐고 있었다. 이때 한 가옥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그 가옥을 들여다본 것이 화근이 됐다. 그 가옥 안에선 마침 미국 경찰이 마리화나 사범을 체포 중이었다. 미국 경찰은 집 안을 들여다보는 자오 일행에게 '이리 오라'는 손짓을 했다. 자오의 동료가 놀라 도망친 반면 자오는 잘못이 없다는 생각에 그냥 자리에서 비키려 했다. 이때 미국 경찰 3~4명이 달려들어 자오를 폭행했다.

그녀는 이어 수갑까지 채워진 뒤 방 속에 한동안 갇혀 있었으며 내의 등이 찢기는 치욕까지 당했다. 중국 언론에 두 눈이 퉁퉁 부어 올라 있고 몸 여기저기가 피멍으로 얼룩진 그녀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중국인들의 감정은 격앙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이 보도된 뒤 중국 인터넷의 관련 사이트는 온통 미국을 욕하는 네티즌들의 반응들로 가득 찼다. "인권을 지향하는 미국이 이 짓을 했다" "일단 때리고 보자는 식의 태도에서 미국과 부시는 모두 깡패" 등의 격렬한 항의성 댓글이 인터넷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자오는 당장 500만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준비 중이다. 중국 정부는 리자오싱(李肇星)외교부장이 직접 나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을 철두철미하고 진지하게 조사한 뒤 관계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성 주문을 했다.

베이징의 한 국제관계 전문가는 "중국에선 미국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이 일종의 인종 차별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하고 있다"며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를 비롯한 군수 물자 판매 등으로 상당히 불편해지고 있던 양국 관계는 이번 폭행 사건으로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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