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서핑 차이나] 우루무치 ‘7·5 사건’의 본질과 해결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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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人反撲 萬人持械上街’

홍콩에서 발행되는 명보(明報)의 8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한국인에겐 '츠셰(持械·지계)'란 말이 생경하다. '기계를 집었다'는 뜻이 아니다. '무기를 들다'라는 의미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집단 패싸움이 잦았다. 싸움도 맨손으로 치고받는 싸움이 아니다. 손에 손에 칼이나 창, 도끼같은 무기를 들고 싸운다. 속된 말로 '연장'을 사용하는 것이다. 반드시 피를 보고야만다. 무기를 들고 싸우기 때문에 ‘계투(械鬪)’라고 불렀다. 청(淸)대에 본지인과 이주민 집단인 객가(客家) 사이에 벌어진 어떤 계투는 12년간 이어져 10만 여명이 죽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7·5 사건’은 본질적으로 계투에 가깝다. 위구르족의 조직화된 독립운동이나, 외부 세력의 사주에 의한 집단시위라기 보다 위구르족과 한족 사이의 집단 패싸움 성격이 강하다.

물론 이번 사태는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이 지닌 한계에서 촉발됐다. 중국의 소수민족 일반에 대해선 ‘[뉴스클립] 중국 소수민족이야기(http://blog.joins.com/xiaokang/10582539)’에서 다룬바 있다. 우루무치 ‘7·5 사건’은 중국이 내세우는 ‘중화민족론’이 아직 설익었음을 잘 보여준다. 중국이 헌법전문을 통해 분명히 반대한다고 외친 대한족주의(大漢族主義)에 경도돼있기에 발생한 것이다.

단, 신장(新疆) 위구르족은 시짱(西藏) 티베트족과 다르다. 이들은 천생 노마드(유목민)이자 오아시스 거주민이다. 민족문제에 앞서 유목민들의 사회, 문화, 경제 구조를 21세기에 맞추어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문제가 놓여있다. 이는 민족모순 해결보다 더 어려운 과제다. 중국공산당은 839만명에 이르는 위구르족을 배제한 신장 지역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민족문제에 있어서 일벌백계의 강경책보다 강온 정책을 병행해 '스마트'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의 스마트 외교, 리셋 외교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민족 모순을 테러 진압 명목으로 강경 일변도로 밀어붙인다면 또 다른 ‘테러’를 부를 뿐이다.

전통시대 중국에서 계투가 빈발한 이유는 공권력의 공백 때문이었다. 지방 말단까지 침투치 못한 공권력의 부재를 사적(私的) 폭력이 대신한 것이다. 사적 폭력은 정통성을 부여받은 공권력만이 없앨 수 있다. ‘신장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때리고·부수고·빼앗고·태우는 엄중한 폭력 범죄 사건’이라고 중국 미디어가 부른 이번 ‘7·5 사건’을 수습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중국 정부는 정통성을 확보한 공권력의 공정한 집행이 필요하다. 만일 중국 당국이 이번 사건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위구르족이나 소수민족에게 본보기 기회로 삼으려 한다면 유사한 사건을 또 다시 촉발시킬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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