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과학자 첫'눈높이 만남'…대덕에서 토론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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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1=11' 이라고 대답하는 엉뚱한 아이. 우등생은 아닐지 몰라도 그 자유분방한 연상은 허를 찌른다.

어려운 과학이론도 그렇게 출발하지 않았을까. 만화같은 상상의 세계에서 말이다.

28~29일 대덕과학문화센터에서 한국과학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과학과 만화의 만남' .이두호, 조관제, 한재규, 김수정, 이희재, 신일숙, 한승원, 김 진, 양영순 등 한국만화가협회 회원 30여 명, 그리고 정부출연연구소 과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을 벌였다.

만화에 얽힌 추억과 의견을 털어놓는 과학자들은 신이 난 모습이었다.

생명공학연구소 유장렬 박사는 "어렸을 때 과학자의 꿈을 키워준 산호의 '라이파이' 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며 "유전공학을 가장 효과적으로 일반인에게 이해시킨 '쥬라기 공원' 을 보면 핵심 부분은 애니메이션 처리를 했다.

만화가 아니면 표현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일 거다.

만화로 이론을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고 열변을 토했다.

박석재 천문정보연구실장은 "평소에 누구보다 만화를 좋아해 많이 본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과학 소재를 유심히 보는데 정확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

미국의 '플린스톤' 이라는 만화도 중생대에 존재하던 공룡이 신생대에 출현한 인간과 싸움을 벌인다고 해 논란이 됐다.

아기공룡 둘리야 다행히 얼음에 꽁꽁 얼어서 내려와 별 문제가 없었지만 이런 실수는 세계 시장 진출시 큰 흠이 된다" 고 지적했다.

KAIST 임창영교수는 "만화 한편이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의 본체가 된다는 '컨텐츠 (contents)' 개념을 가져달라" 는 의미있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만화가들 역시 '과학+만화' 의 화학작용에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악동이' 의 이희재씨는 "설득력있는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만화적 상상력을 펴간다면 재미와 교육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고 말했다.

여기에 SF물 창작의 걸림돌로 "백과사전이나 인터넷 외에 자료를 구할만한 데가 없다" 는 젊은 만화가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곧바로 과학자들의 대답이 돌아왔다.

"못 알려줘 안달이다. 얼마든지 질문해달라. "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과학과 만화가 연대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는 바램 속에 이들은 다음을 기약했다.

대덕 =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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