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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무작정 분양'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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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계약금 500만원, 중도금 무이자 대출'등의 달콤한 분양 조건이 오피스텔 계약자와 건설사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2001년 이후 이 같은 조건으로 소형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투자자들이 입주가 시작됐지만 기대했던 웃돈이 붙지 않은 데다 임대마저 되지 않자 계약금을 포기한 채 해약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이다. 소비자는 계약금을 포기, 손해가 불가피해졌고 시행.시공업체들은 오피스텔을 떠안을 수밖에 없어 비용 부담이 증가하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앞뒤를 재지 않은 채 계약한 소비자나, 분양부터 하고 보자며 미끼를 던진 업체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해운대 신시가지에 지어진 D오피스텔은 10평형대 250실이다. 계약자 가운데 11실의 주인들이 계약금을 포기한 채 "맘대로 하라"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11실을 떠안은 시행사에 13억원 정도의 단기 부담이 생겼다. 건설사가 해약된 오피스텔을 떠안아야 하는 것은 대출약정 때문. 대부분의 시행.시공사가 은행의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알선하면서 "계약자가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보증사인 시공사가 대위변제한다"고 약정을 맺는다.

지난 3월 입주한 서울 송파구 가락동 S오피스텔은 120실 중 20여명이 해약을 요청했다. D사가 시공한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오피스텔은 200여실 중 해약 요청만 16건에 이른다. 시행사는 잔금에서 지급할 공사비 20억원을 연체하고 있다.

계약자의 해약 요구를 거절함으로써 마찰을 빚기도 한다. 일산 신도시 백석동의 I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정모씨는 해약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이 "응할 수 없다"는 바람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조모씨는 이미 은행으로부터 중도금을 갚으라는 독촉장과 함께 연체료 고지서를 받은 상태. 일산의 한 오피스텔을 계약했다 중도 포기했으나 건설사가 해약에 응하지 않아 소유자가 조씨로 돼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이처럼 오피스텔 중도 해약과 관련한 피해 호소가 이달 들어 20건이나 된다.

오피스텔이 애물단지로 바뀐 것은 경기침체와 공급과잉 때문이다. 서울 강남권과 분당.일산 신도시의 소형 오피스텔 값은 분양가를 밑돌기도 하며 임차인을 찾기도 어렵다. 주요 오피스텔의 입주율을 보면 요즘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서울 광화문의 K오피스텔은 40%, 강남구 대치동 I오피스텔 40%, 분당 서현동 P오피스텔 50%, 서울 신도림동 P오피스텔 42% 정도에 불과하다.

2001년부터 오피스텔 투자 열풍이 불면서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공급된 오피스텔은 대략 15만실. 70% 이상이 임대를 통해 월세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수요로 추정된다. 특히 2002년 8만여실이 분양된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이후에는 해약 요구가 더 많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김승배 주택주거문화연구소장은 "경기가 좋으면 말썽 없이 지나갈 문제지만 요즘처럼 불경기에는 반드시 피해가 생기게 마련"이라며 "최근 업체들이 무이자 융자를 경쟁적으로 내놓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아파트에도 불똥이 튈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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