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이글 골프 3R]'운명의 18번홀'박세리 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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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 달링!" 3라운드 파5 18번홀. 도티 페퍼 (미국) 의 입에서 아쉬운 탄성이 터졌다.

추격의 마지막 기회인 5번 우드 세컨드샷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약간 밀린 페퍼의 공은 홀컵 방향보다 상당히 우측으로 날아갔다.

공은 그린 우측을 가로질러 가장자리까지 굴러갔다.

거리는 약 10여m. 물론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 공이 들어가면 극적인 역전승. 투 퍼팅이면 연장전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그녀를 외면했다.

그녀의 긴 이글 퍼팅은 홀컵 왼쪽을 돌아 1.2m 지점에 멈춰섰다.

더구나 두번째 버디 퍼팅마저 홀컵을 스치듯 비켜굴렀다.

이것으로 페퍼의 힘겨운 추격전도 마감됐다.

18홀동안 역전과 동점을 거듭한 두 선수간의 접전은 박세리의 승리로 끝났다.

제니 슈아시리폰도, 애니카 소렌스탐도, 캐리 웹도 모두가 무릎을 꿇은 여자골프에서 '미국의 자존심' 으로 남아있던 페퍼까지 결국 박세리의 영광을 위한 제물이 되는 순간이었다.

2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치며 13언더파로 선두에 나섰던 페퍼는 마지막 라운드 첫홀에서 삐끗하며 뒤처지기 시작했다.

티샷이 물에 빠져 더블보기가 됐다.

페퍼는 전반 9홀에서 버디 1개를 더했지만 이 동안 박세리는 버디 3개에 보기 1개로 페퍼와 동타를 이뤘다. 박세리는 10번 홀의 버디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 홀에서 13언더파, 이미 경기를 마친 로빈 월튼과 동타를 이루며 공동 선두로 나섰다. 박세리는 이어 15번 홀에서 세컨드샷을 홀컵 1m에 붙이며 버디를 뽑아내 단독 선두가 됐다.

그러나 페퍼도 그냥 물러서지는 않았다.

13번 홀에서 버디를 뽑아낸 이후 17번 홀에서 세컨드샷을 홀컵 1m에 붙였다.

버디를 뽑아낸 그녀는 마지막으로 박세리와 14언더로 동타를 이뤘다.

그러나 박세리는 바로 다음 홀에서 쉽게 앞서나갔다.

18번 홀에서 2퍼팅의 버디를 성공시켜 승리를 결정지었다.

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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