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회장, 금호산업 지분 모두 팔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한 뒤 그 돈으로 금호석유화학을 사 최대주주가 됐다. 또 이번 대주주 지분 변동으로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이 공동으로 그룹을 지배하던 구조에서 금호석유화학이 단독으로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 됐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과 아들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은 금호산업 지분 6.11%를 최근 순차적으로 팔아 이날 기준으로 모두 처분했다. 대신 이들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10.01%에서 18.02%로 늘려 최대주주가 됐다. 또 박삼구 그룹 회장 부자와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 부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도 10.01%에서 11.76%로 각각 늘렸다.

금호그룹은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이 양대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장남과 5남 등을 제외한 2~4남 부자에게 똑같은 비율로 나눠 줬었다.<그래픽 참조> 고 박인천 회장은 슬하에 5남3녀를 뒀다.

금호그룹은 금호산업이 법적인 지주회사로서 자산의 50% 이상을 계열사에 투자한 구조였다.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에 따른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이를 재매각하기로 결정함으로써 향후 금호산업이 법적인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이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을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바꿨다는 게 금호그룹 측의 설명이다.

금호그룹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우건설 매각으로 향후 금호산업이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것이 확실시돼 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한 것”이라며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중심의 그룹 양대 지배구조 체제에서 석유화학 단일 지배구조 체제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금호그룹은 형제 간 그룹을 승계하는 전통이 있다. 경영권을 이어받은 장남 박성용 회장이 타계하자 1996년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에게 그룹을 물려줬다. 2002년 박정구 회장이 작고한 뒤에는 3남인 박삼구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이어 왔다.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은 4남이다.

강병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