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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KBS'체험 삶의현장' IMF 고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체험 삶의 현장' (KBS2 월 저녁7시20분) 은 흙먼지와 기름 내음이 엉킨 노동현장을 찾아가 땀의 의미와 감동을 안방으로 실어나르는 프로다.

그러나 요즘 제작진들은 울적한 심정이다.

IMF로 인해 삶의 현장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다음달 3일 방영분을 찍기 위해 하수구 작업에 들어갔던 아나운서 손범수와 제작진은 현장 근로자들의 반응에 당혹스러웠다.

젊은 사람 중 여럿이 "나는 이런 데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며 카메라를 비추지 말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출연자가 현장 근로자에게 야단을 맞기도 하고 함께 구슬땀을 흘리는 것이 이 프로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 결국 제작진은 한사코 거부하는 '젊은' 근로자를 피해갈 수밖에 없었다.

이와 비슷한 일은 지난 5월 허재가 찾아갔던 순대공장에서도 일어났다.

회사를 다니다 왔다는 젊은이들은 한결같이 "가족이나 친척이 알면 곤란하다" 며 카메라를 피했다. 예전에 찾았던 노동현장을 다시 방문할 경우 감회는 더하다.

얼마전 가락동 시장을 찾아가 수박 2백통을 구입, 트럭에 싣고 판 코미디언 정선이. 하루종일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녔지만 40여통을 파는데 그쳤다.

3년전 똑같은 일을 했던 코미디언 이영자가 불과 몇 시간만에 전부 팔아치워 보너스까지 두둑히 받았던 것과 너무 대조됐다.

김치 공장을 찾았을 땐 감원으로 인해 노동강도가 더욱 세졌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촬영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제작진들을 제일 당황케 하는 건 구직 요청. 산속을 누비고 다녀야 하는 강원도 인제의 칡 공장, 얼굴에 검정을 뒤집어 쓰는 숯 공장 등 3D작업이 방영된 후에도 여지없이 취업을 문의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은미 PD는 "웬만한 각오 없이는 버티기 힘든 작업장이라고 설명을 해줘도 소용이 없다" 며 "일단 안내는 해주고 있다" 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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