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의총] 불거진 '지도부 자성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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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거결과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

7.21 재.보선후 처음 열린 23일 국민회의 의원총회에선 자성론 (自省論) 이 제기됐다.

선거전을 주도한 당내 주도세력인 동교동계에 대한 비판이 당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상황에서 '지도부 자성촉구' 주장이 나온 것이다.

물론 다수 의원들은 "이번 보선지역이 원래 한나라당 지역구란 점에서 결코 패배가 아니다" 고 자평했다.

수적으로 자성론이 우세한 것은 아니지만, 여당이 된 뒤 이례적인 지도부 비판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정희경 (鄭喜卿) 의원은 "당이 전력 투구한데 비해 아웃풋 (결과) 은 빈약했다" 며 "6.4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지 한달 반만에 이렇게 변한 사실에 당 지도부는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한다" 고 문제제기를 했다.

수원팔달 보선 지원을 맡았던 박상규 (朴尙奎) 부총재는 공천 잘못을 거론했다.

朴부총재는 "당선가능하다고 봐서 당에서 악착같이 (선거운동을) 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능성 있고 이길 수 있는 사람을 공천했어야 이길 수 있었다" 고 주장했다.

선거 후 "공천에 문제가 있었다" 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긴 했지만 공식석상에서 떠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공천이 당 지도부의 전결사항이란 점에서 공천실패 주장은 지도부의 책임론과 직결될 수 있는 대목이다.

朴부총재는 이어 "학력도 상대후보가 나았고, 우리 후보와 호남 지지 기반간에 알력이 있어 이들이 투표하러 가지도 않았다" 며 구체적 사례까지 들며 공천실패가 패인임을 강조했다.

당 지도부도 이같은 평가에 일단 수긍했다.

정균환 (鄭均桓) 사무총장은 "떨어진 것은 떨어진 것이고 득표가 부진한 것은 부진한 것이다. 위안할 길이 없다.정희경 의원 말이 맞다" 면서 "대통령은 밤잠을 설치고 뛰고 있는데 당은 무엇하느냐는 국민의 질책으로 받아들인다" 고 했다.

광명을에서 어렵게 승리한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도 "새 정부 출범 5개월 사이에 우리가 내건 개혁이 한나라당의 집요한 방해에 의해 일관성을 잃고, 그로 인해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흔들리는 혼선이 있었다" 고 선거를 총평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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