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실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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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녹색성장위원회 제4차 보고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재산 331억4200만원을 출연해 청소년 장학사업과 복지 사업에 쓰기로 했다. [오종택 기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일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기부 발표를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실천”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그동안 재단 설립을 빨리 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 대통령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내실을 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는 생각의 영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표시점을 정하는 데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도했든 안 했든 재산기부 발표는 최근 이 대통령의 화두인 ‘친서민, 국민통합, 중도 강화’ 기조에 더 가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기부문화 활성화’ 등의 화두들이 서민과 중도층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친서민’ ‘중도 강화’ 등의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던진 덕분에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자체 조사결과 40%를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MB “재산기부의 뿌리는 어머니”=이 대통령이 발표한 ‘재단법인 청계의 설립에 즈음하여’라는 글 속엔 재산기부에 대한 소회가 담겨 있다. 글은 “많은 감회를 느낀다. 내 삶의 한 단면이 정리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나 스스로도 이런 날이 언제가 될지 궁금했다”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지독하게 가난한 집안의 자식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 많은 분들의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또 ▶새벽마다 이웃과 자식을 위해 기도했던 어머니 ▶야간 고등학교라도 가야 한다던 중학교 담임선생님 ▶책을 주면서 대학입시를 보라고 강권했던 청계천 헌책방 아저씨 ▶환경미화원 일감을 줬던 이태원 시장 상인들과 ▶현대건설 입사 후 모시고 일했던 고 정주영 회장과 동료들을 일일이 거론했다.

그러면서 “살면서 기쁨을 준 것은 보람과 성취였지, 재산 그 자체는 아니었다” “일생 열심히 일하며 모은 재산은 나에겐 정말 소중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정말 소중하게 사회를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나에게 이런 마음이 영글도록 한 뿌리는 어머니”라며 “가난했지만 늘 남을 위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준 어머니와의 약속을 실천했다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사실 재산을 출연할 장학재단의 이름으로도 모친의 이름(채태원·蔡太元)을 딴 ‘태원’이 더 유력했었다. 하지만 장기적 사업을 위해선 재산의 출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측근들의 제안으로 막판에 이름이 ‘청계’로 바뀐 것이다.

◆김 여사 “원래 약속했던 것인데…”=이 대통령은 글에서 “재산기부 결정에 흔쾌히 동의해준 아내와 자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신하건대 재산보다 더 귀한, 더욱 큰 사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김윤옥 여사는 관련 보고를 받고 “원래 약속했던 것인데…”라며 환하게 웃기만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서승욱·권호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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