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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국적 고려인 5만 명 국적 찾기 정부·민간 힘 모아 해법 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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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소련의 스탈린 정권은 1937년 정권 강화를 위해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강제 이주 정책을 펼쳤다. 연해주에 살던 17만 명의 고려인은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이주당했다. 이들이 현재 옛 소련 지역에 흩어져 사는 53만 고려인의 1세대로 볼 수 있다.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에 피해를 본 것은 고려인만이 아니다. 독일인·유대인·폴란드인·그리스인 등도 강제 이주를 당하며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그 후손에 대한 대우는 고려인과 많이 다르다.

이스라엘은 소련 시절부터 유대인을 자국으로 데려와 정착시켜 왔다. 이스라엘은 줄잡아 100만 명의 유대인을 본국으로 데려왔고, 안정된 생활을 하도록 지원했다. 소련이 붕괴하자, 독일은 ‘통일 독일’의 부담을 무릅쓰고 40만~50만 명의 러시아 거주 독일인을 자국으로 데려왔다. 그들뿐 아니라 폴란드와 터키·그리스도 이와 비슷한 정책을 폈다.

한국은 소련 붕괴 이후에도 이들에게 자국의 재외 동포로서 합당한 지원을 하지 못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소련 지역으로 이주했음에도, 모국은 이들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소련 붕괴 뒤 고려인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국적마저 잃는 혼란을 겪기도 했다. 현재 옛 소련 지역에 사는 무국적 고려인은 5만 명을 넘는다. 이들 대부분이 언어와 문화가 통하는 현지에 정착해 살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현지에서 잘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것이 바로 고려인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이다. 그중 하나가 무국적 고려인의 국적 회복 운동이다.

중앙일보는 6월 25~27일자에 보도된 ‘무국적 고려인’ 시리즈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4개국 고려인 동포들의 생활과 현지 국가의 국적 관련 정책 및 법적 환경을 짚었다. 이를 통해 무국적 고려인 동포의 문제를 환기하고 정부 대책을 확인해 무국적 고려인에 대한 전면적 실태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모델(한국대사관이 신분을 증명해주면 고려인 국적 회복 지원) 등이 다른 국가에도 적용 가능한지 점검해보고 재외동포정책위원회를 통해 검토하기로 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러한 관심과 의지가 때를 놓치지 않고 실효적인 성과로 나타나도록 민간과 정부, 현지 진출 기업 등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박정열 고려인돕기운동본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