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 탄생 20돌 '기적의 생명' 30만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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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5일은 인류 역사에 '시험관 아기' 란 새로운 장 (章) 을 연 지 꼭 20주년이 되는 날. 시험관 아기의 종주국인 영국 정부는 이날 최초의 시험관 아기 브라운 루이스를 비롯한 '시험관 아기' 출신의 청소년 10명을 초청, 대대적인 행사와 세미나를 갖는 등 전세계가 이 '현대 과학의 기적' 을 기념한다.

시험관 아기는 78년 영국의 패트릭 스텝토 - 로버트 에드워스 박사팀이 30대 불임여성의 난자를 추출해 시험관에서 남편의 정자와 체외수정을 시킨 뒤 자궁에 삽입, 브라운을 탄생시킴으로써 시작됐다.

◇ 현황 = 이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현재 영국의 2만9천명 등 전세계에서 20만~30만명의 시험관 아기가 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오늘날에는 성공률이 25%정도에 달하며 해마다 3만명가량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다.

세계보건기구 (WHO) 는 비자발적 불임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시험관 아기를 갖는 것을 인간의 기본권으로 천명했다. 이에 따라 영국.독일.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호주 등은 시술비용을 전액 환불해주고 있다.

시험관 아기는 그동안 브라운에게 적용했던 전통적인 방식 (IVF)에 이어 93년부터는 미세현미경 수술을 통해 자궁내 난소에 직접 정자를 투입하는 방식 (ICSI) 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런던 의과대학이 인공 수정란의 유전자를 조사해 암을 일으키는 유전적 결함이 없는 태아를 임신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영국의 주간 인디펜던트 온 선데이지는 영국 의료계가 올 하반기까지 모체의 자궁에 착상하기 전의 인공수정란 단계에서 유전자를 검사해 암 발병을 차단, 세계 최초의 '암 안걸리는 아기' 를 임신시킬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 윤리논쟁 = 그러나 시험관 아기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격렬한 윤리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폐경기가 지난 60대 할머니가 임신하고 지난달 미국에선 사망한 남편의 정자를 추출해 임신에 성공하는 등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찬반론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또 정자와 난자를 '판매' 하는 회사까지 등장하고 동성연애자들이 정자나 난자를 '구입' 해 출산하는 등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자나 난자 구입자의 자격 문제와 시험관 아기의 유전적 부친에 대한 알 권리 등 시험관 아기에 대한 제도적 정비와 윤리규범의 제정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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