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낙하산 인사'가 빚은 부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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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문성이 없는 인사를 정치적 혹은 지역연고 등의 이유로 공기업에 낙하산식 인사 (人事) 를 했던 것이 결국 검찰조사결과 엄청난 비리를 배태했던 원인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구속한 박정태 (朴正泰) 전도로공사 사장과 한국 및 대한부동산신탁의 전사장인 이재국 (李載國).황선두 (黃善斗) 씨의 경우를 보면 이 문제가 단순한 권력형 비리차원이 아니라 공기업 전체의 구조적 문제였음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공기업 민영화 및 효율화를 위한 구조개혁작업이 미진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결국 공기업의 경영진이 외부에서 낙하산식으로 떨어진 기관일수록 부실정도가 심한 것과 유관하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기획예산위원회를 축으로 공기업개혁을 추진해 왔고 공기업이 여기에 저항하고 제대로 개혁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판단, 감사원의 감사결과까지 공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의 칼을 들이댄 것은 정부 나름대로 전정부가 낙하산식으로 임명한 공기업의 책임자를 정리하지 않고는 개혁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문제된 공기업중에서 한국부동산신탁의 경우는 규모만 작지 수법은 한보의 경우와 조금도 다름이 없는 권력형 비리다.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대출해주고 대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제2금융권의 자금을 빌려다 써 결국 기업은 빚더미에 올라앉은 쓰레기로 전락해 버렸다.

실정이 이러했는데도 아직도 대부분의 공기업이 민영화를 반대하고 조직개혁을 주저하는 이유는 공기업에 팽배해 있는 '철밥통 풍토'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공기업직원의 명예퇴직시 인심좋게 준 퇴직위로금이다.

뒤늦게 정부가 나서 반으로 줄인다고 법석을 떨지만 이미 공기업경영은 멍이 들대로 든 상태다.

이번 사건이 의미하는 바는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에 가장 먼저 손대고 그 다음에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개혁을 요구했어야 한다는 지적의 타당성이다.

지금이라도 정부 스스로가 개혁되지 않고는 우리 경제의 개혁은 요원하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동시에 비리의 원천이 낙하산식 인사에 있었다고 본다면 과거 정부가 했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제도적으로 낙하산식 인사를 막으려면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기본적으로 민영화하고 공공성이 강한 공기업은 엄정한 기준에 맞춰 능력있는 인사를 뽑되 관련부처가 아닌 제3자가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일회성 사건으로 치부하고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비슷한 일이 재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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