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사고 취약지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울산 남부경찰서 장범수 신정지구대장이 전자치안지도를 보며 취약 지역의 순찰활동을 강화하도록 경찰관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이기원 기자]

 2일 오전 8시 울산 남부경찰서 신정지구대 2층 회의실.

지구대장 장범수 경감이 컴퓨터에 ‘차량털이’ 단어를 입력하자 11명의 대원이 주시하고 있는 빔프로젝터 화면에 폭발물 터지는 모습의 점이 좍 떠오른다. 이어 발생시기를 ‘5~6월’, 시간대를 ‘심야’(오전 0~4시)로 제한하자 그 가운데 7개가 신정사거리~강남초교~동평사거리를 따라 띠처럼 늘어선다.

최근 2개월간 신정사거리~동평사거거리에서 심야시간대에 차량털이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사실이 생생하게 구현된다. 화면은 곧 바로 해당지역 골목까지 표시된 상세지도로 바뀌고, 장대장의 전자총 지휘봉을 따라 대원들의 시선이옮겨가며 도상(圖上)순찰이 진행된다. 프린터에는 ‘차량털이 예방 순찰코스’라는 지도가 출력된다. 장대장은 주간 순찰조에게는 “낮시간 동안 해당지역 주민·상인들에게 ‘차량 내에 물건이 보이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스티커를 나눠주라”고 지시하고, 야간 순찰조에는 “지도를 따라 심야순찰을 실시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우동엽 경장(37)은 “언제 어디가 어떤 범죄에 취약하다는 것을 손바닥 들여다보듯하니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울산경찰청이 지방경찰청으로는 처음으로 관내 27개 전 지구대·파출소에 ‘전자치안지도 시스템’을 구축, 이달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차량 네비게이션이 목적지 찾아가는 길을 안내하듯, 전자치안지도는 범죄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취약지역을 안내해주는 치안용 지도(地圖)다. 순찰이나 교통사고 예방 등 치안 일선을 맡은 지구대·파출소 요원들에게 활동할 코스·시간대를 알려주는 게 주 목적이다.

이 시스템은 번지를 넣으면 위치가 표시되는 지리정보시스템(GIS)에 번지 대신 치안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입력하는 데이터는 26개 항목으로 살인·폭력·강도·강간·절도·폭력 등 5대범죄와 교통사고는 일시·시간대·장소·유형·연령별로 구분한다. 9만6000여개의 전봇대 위치, 안전지킴이집(편의점 등), 유흥주점, 현금 다량취급소(금은방 등), 독거노인집 등도 포함된다.

출력을 하면 ‘금요일 오후 11시30분 전후 폭력사건 다발지역’, ‘최근 3개월간 자전거와 소형승용차 충돌사고 위치’, ‘소매치기 발생장소 이동 추이’, ‘일자별 편의점 강도사건 발생 위치’ 등 원하는 대로 지도상에 보여준다. 범인의 도주예상 길목이나 탐문수색 지점을 찾아주기도 한다. 외곽 지역도 전봇대 번호만 대면 즉각 사건사고 장소를 찾아줘 출동시간을 단축하는데 요긴하다.

울산경찰청 이철수 생활안전계장은 “9만원(전자지도 프로그램 1개 구입비)을 투자하면 개인·부서가 따로따로 머릿속이나 문서로 보관해온 갖가지 치안정보를 자유자재로 통합·분석할 수 있게 됐다”며 “테마순찰·범죄예방대책 마련은 물론 범죄발생시 조기검거체제 구축 등 현장 치안에 필수적인 도우미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