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스스로 묘혈 파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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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북한이 효용가치가 끝난 ‘벼랑끝 전술’에 아직도 목을 매고 있다.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의 무력시위와 험악한 용어를 동원한 구두 위협으로,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 4일 하루 동안 스커드급 미사일 7발을 잇따라 발사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인식이나 접근 방법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데도 ‘달콤했던 과거’에만 연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그 시기가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추었다는 점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가 들어 있다. 하지만 미국은 철저히 외면했다. 백악관이나 국무부의 대변인 논평조차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독립기념일 기념 대(對)국민 연설에서 이란 핵문제에 대해선 언급했으나 북한 문제에 관해선 한마디도 안 했다. 그 대신 대북제재의 고삐는 더욱 죄고 있다. 중국을 방문했던 미국의 대북제재전담반은 이례적으로 말레이시아에 들러 북한의 수상한 계좌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도 직접 나서 현재 취하고 있는 조치보다 더욱 강력한 행동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할 정도다.

물론 북한은 이 같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버텨나갈 수는 있을 것이다. 스스로 인정하듯 60년 이상을 고립된 상태에서 자립경제체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을 의식하고 있는 중국이 대북 지원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은 없어 북한으로선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고통을 겪으면서도 무력시위를 하면 평양지도부가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노(No)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한 대미(對美) 관계 정상화 등은 그림의 떡이다. 그럼에도 계속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피폐를 감수하겠다니 답답하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수십 년을 주민들의 의식주는 팽개친 채 이런 식으로 살아갈 것인가. 특히 권력세습을 하려면 주민들의 최소한의 복지에는 신경을 써야 할 것 아닌가. 미사일 발사에 들어간 비용을 식량 확보 자금으로 돌리는 것을 비롯해 이제부터라도 발상의 전환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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