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령 내리면 뭐하나…신창원 얼굴도 모르는 경찰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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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산교도소 탈주범 신창원 (申昌源.32) 은 지난 3월 6일 전북 김제에서 네번째로 부닥친 경찰의 체포망을 피해 달아난 뒤 최소 두차례의 경찰 검문을 받고도 무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17일 경찰이 공개한 申의 유류품 가운데 하나인 검은색 지갑 속에서 남의 이름으로 발급받은 범칙금 통지서가 발견됨에 따라 밝혀졌다.

결국 申은 곳곳에서 얼굴을 드러내며 구멍뚫린 경찰 검문검색과 실효 없는 수배령을 비웃고 다녔던 셈이다.

지난 9일 申은 서울강남구양재동 지하철3호선 양재역 구내에서 담배를 피우다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申은 權모 (31.강남구신사동) 씨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고 2만원짜리 범칙금 통지서를 발부받았다.

權씨는 지난 5월 20일 집에서 현금 25만원과 면허증이 든 지갑을 도난당했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4일에도 申은 대구시달성군하성리 국도에서 훔친 갤로퍼승용차를 몰다 달성경찰서 하빈파출소 정모 (30) 순경에게 불법부착물 (선팅) 이 단속되자 金모 (33.달서구용산동) 씨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고 2만원짜리 범칙금 통지서를 발부받았다.

金씨는 4월 15일 자신의 집에 벗어두었던 바지 지갑에 들어있던 면허증과 현금 7만원이 없어진 것을 발견, 경찰에 도난신고를 냈었다.

결국 金씨의 면허증은 경찰전산망에 분실면허증으로 등록됐고 申을 적발했던 경찰이 기본적인 확인만 했더라도 이미 두달전 申을 체포할 수 있었던 셈이어서 경찰은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밖에도 申의 자동차에서 발견된 5개의 자동차번호판과 3개의 운전면허증은 경남.경북.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도난당했던 것으로 밝혀져 申이 지난 3개월간 전국의 경찰 검문검색망을 휘젓고 다녔음을 입증했다.

또 申이 두달전부터 서울에 잠입해 절도행각을 벌이고 다녔음에도 경찰은 범죄수법이 申과 비슷한지조차 조사하지 않았다.

특히 경찰은 申을 검거하기 위해 수십만장의 수배전단을 뿌리고 직원들에게 누누이 교육시켰다면서도 정작 16일 새벽 강남구포이동에서 申을 발견한 엄종철 (嚴宗鐵.42) 경장 등도 유류품을 챙겨 파출소로 돌아올 때까지 자신이 申을 만났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밝히는 등 수많은 허점을 노출했다.

한편 수사 이틀째인 17일 경찰은 발견지점인 강남구포이동 일대와 부근 구룡산.대모산에서 1천여명의 경찰병력과 군견 8마리를 투입,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단서조차 찾지 못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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