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총재선거 혼전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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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외상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던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양상이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대 파벌인 오부치파가 15일 파벌 회장인 오부치 외상을 총리로 추대키로 했으나 같은 파벌 소속인 가지야마 세이로쿠 (梶山靜六) 전 관방장관이 16일 돌연 입후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가지야마 장관의 입후보에 따라 오부치파는 분열이 불가피해졌으며 이날 그의 측근인 사토 신지 (佐藤信二) 전 통산상이 처음으로 오부치파를 이탈했다.

당초 입후보를 모색하던 고노 요헤이 (河野洋平) 전 총재는 이날 출마를 단념하고 가지야마 전 장관을 지지키로 했으며, 소장파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郎) 후생상은 입후보 마감일인 21일까지 최종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자민당 총재 선거는 오부치 - 가지야마 - 고이즈미의 3파전이나 오부치 - 가지야마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오부치 외상의 경우 자신의 파벌외에 미야자와 (宮澤) 파와 옛 와타나베 (渡邊) 파.미쓰즈카 (三塚) 파 일부의 지지를 받고 있어 일단 유리한 입지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미야자와파와 옛 와타나베파의 경우 가토 고이치 (加藤紘一) 간사장과 야마사키 다쿠 (山崎拓) 정조회장이 16일 오부치 외상 지지를 공식 표명했다.

오부치 외상은 17일 가지야마 전 장관과 함께 입후보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오부치 외상의 총리 추대에 반대하지 않았던 가지야마가 출마를 결심한 것은 소장파 의원들의 파벌 결속력이 예전 같지 않아 예상보다 많은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 같고 국제 금융시장과 여론의 반응에 고무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지야마는 15일 아사히 (朝日) 신문이 조사한 총리후보 인기도 조사에서 고이즈미 후생상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는 특히 경제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입후보 의사를 밝힌 16일 오후에는 이에 대한 기대로 주가.엔화 시세.채권 가격이 함께 급등하는 트리플 강세를 보였다.

자민당은 당초 21일 중.참의원 합동총회를 열어 새 총재를 선출할 예정이었으나 가지야마 전장관의 입후보 표명 의사에 따라 총회를 24일로 연기했다.

총회에서는 무기명 투표로 새 총재를 선출하며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때는 2차 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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